삶과 죽음
삶과 죽음
그냥 그 자리서 죽지 살았다고 민망해하는 엄마에게
육십 넘은 딸이 묻는다
ㅡ엄마 이제 죽어도 돼?
ㅡ그래 살만큼 살았지
딸의 집 화장실 청소하다 미끄러져
온갖 부위 뼈 바스러져 누운 엄마는
이틀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에 없다
반듯이 누운 채 꿈쩍을 할 수 없는
육신이 갑갑하다.
ㅡ엄마가 오래 산건 알아?
이죽거림인가?
ㅡ그럼 어떡하냐 목숨줄이 안 끊어지는걸
난들 어떡하냐
구십 넘은 엄마는 그냥 다가올 수술이 무섭다
ㅡ괜찮아 엄마 오래 산대 수술 전에는 다 그래
딸은 애써 웃어 보인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엄마를 보고
교대로 간호하던 자식들이 모처럼 다 모였다
수술 들어가 빈 침상 서둘러 정리하며
자식들은 사후 대책을 논한다
그러나
구순 넘은 엄마는 쉽게 끈을 놓지 못한다
침상은 다시 채워지고
하나 둘
흩어진다
십여 년 전 목디스크 수술로 입원했을 때
내 앞 침상의 일이었다
죽을 나이대는 언제일까
나 어릴 적에는 육십만 넘어도 상노인이었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죽을 나이대라고 생각했었는데ㅡ
지금의 나를 보고 이제는 죽어도 된다고 나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기분은 어떨까
나의 부모님의 죽음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요양원서 오래 계셨던 아버지를 나는 그냥 잊고 살았던 거 같다 살았는데 삶이 없는 죽은 삶
살았지만 잊혀진 존재였던 아버지는 죽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나이 든다는 건 밀려나면서 잊히면서 사라져 주는 것일까
삶이 짐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