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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잇 May 22. 2024

[서평] 김신지 《제철 행복》

1년을 잘 살아내려면 제철 행복을 심어둘 것

시작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이 책은 내용마저 너무도 제목에 충실해서 읽고 난 후 스스로에게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실로 따뜻하고 정감 있는 에세이였다.  


홀린 듯 책을 읽고 마음이 급해졌다. 하나의 간식이 또 하나의 간식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 찾아보니 아직도 읽지 않은 책이 여러 권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기억. 그 후로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평일도 인생이니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거쳐 신간 《제철 행복》까지. 숨 가쁘게 그녀의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건 내 일상에 생긴 변화였다. 길을 걸으며 발견한 라벤더 색의 들꽃을 찍는 일,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산책을 나가는 일, 길가에서 발견한 타코야끼 트럭을 반가워하는 일까지. 자칫 평범했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진 건 그런 일들을 ‘행복의 ㅎ‘이라 부르며 부지런히 주워 담았던 저자의 모습을 마음에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행복 전도사‘같은 느낌.


행복의 조각을 그러모은 저자의 글은 읽는 내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곳곳에 따뜻함이 묻어있는 온기 가득한 문장들, 가끔은 피식 웃음 짓게 하는 그녀의 솔직함이 내가 쓰고 싶은 따뜻한 에세이와 많이 닮아있었다. 그래서 하염없이 자꾸만 들여다보았는지도.


그녀의 글은 특히 지금 이 계절, 싱그러운 5월과 잘 어울린다. 왜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살며시 궁금증을 남겨두고, 오늘 소개 글이 누군가에게도 ’행복의 ㅎ‘을 주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이시기를!

돌멩이를 밀어 올리려 애쓰는 새싹과
찬바람에 파르르 떠는 산수유 노란 꽃,
물가에 시린 발을 담근 채
연둣빛 꽃을 틔우고 있는 버드나무......
그 사이에서 나도 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씩씩하게 지낼 힘을 얻게 된다.
나 역시 봄의 장면을 이루는 일부분이라는 걸,
때에 맞춰 해야 할 일이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다그치는 인간 세상과 달리,
자연은 나무라지도 채근하지도 않는다.
나무가 나무로 살고
새가 새로 살듯
나는 나로 살면 된다는 걸 알게 할 뿐.
세상에 풀처럼 돋아났으니
다만 철 따라 한 해를 사는 것.
봄에 새순 같은 희망을 내어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거두며,
겨울엔 이듬해를 준비하는 게
자연스러운 한해살이다.

P.73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
지친 목소리로
자주 그렇게 말하는 동안 알게 됐다.
무얼 하든 무엇을 ‘하는 데’에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밥을 먹는 데에도,
산책을 하는 데에도,
대화를 나누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의 자리를 마련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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