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에 추억 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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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밥을 먹는다.
밥이 아닌 다른 것을 먹기도 하겠지만,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든 그저 심심한 입을 채우기 위해서든 중요한 건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때 또 하나 중요한 주제는 '누구와 먹느냐'일 것이다.
어쩐지 배를 채우는 그 시간은 약간 풀어진 허리띠처럼 마음이 해이해져서 무엇이든 조금은 너그러워지므로, 이왕이면 좋아하는 사람과 먹어야 좋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웃으며 먹으면 어쩐지 좋아하던 음식도 특별히 더 맛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떠올렸다. 차가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의 냉면, 다양한 재료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김밥, 향긋하고 고소해서 매일 마시는 커피.
그저 맛있어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그 음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영락없이 누군가와 함께였던 어느 시간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웃으며 음식을 먹고 있는 나.
'아, 나는 그들과 음식을 먹던 '그 시간'을 좋아했던 거구나'
'그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자주 그 음식을 떠올렸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매일 먹는 밥 한 끼도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엔가 오늘 먹은 한 끼가, 오늘 이 시간이 그리워져 또 같은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
먹는 건 빼놓지 않고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매일 추억을 심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행복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을 알게 된 기분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 레시피를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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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잘 산다.
공공근로 나가서 몇 푼 얻고,
시간 내어 농사도 짓는다.
한번은 그가 직접 농사지은
단호박이 집에 왔다.
식구들은 달고 맛있다는데
나는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그를 생각할 때마다 기억나는 건
모르타델라 샌드위치다.
그저 제일 싸기 때문에 지겹도록 먹었다는.
P.62
늙은 아버지의 등을 함부로 보지 마시라.
슬픈 그림을 영원히 당신에게 남기는 일이다.
P.72
"저 안에서 사람들이
벽돌 지고 날라서 미장하고
조적(벽돌 쌓기)해서 건물이 들어서는 거지.
사람들은 몰라.
우리가 뼈 빠지게 져다 날라야
건물이 된다는 걸."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