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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 Sep 19. 2021

마일즈의 전쟁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밸런스가 매우 좋은 유쾌한 오락 소설

500쪽이 조금 넘는 소설인데, 하룻밤에 다 읽었다. 그저그런 스페이스 오페라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거 정말 대박이다! 


선천성 장애에서 비롯된 볼품없는 외모와 육체적 악조건으로 인해 꿈을 포기해야 했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위트를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끝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청년, 마일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농담이지만 지나치게 실없지는 않고, 전쟁 이야기지만 너무 유치하거나 혹은 너무 심각하지 않고, 사회 풍자적이되 너무 의식적이지는 않고, 캐릭터들의 성격묘사가 탁월하지만 너무 장황하거나 내성적인 내러티브를 강요하진 않는, 말하자면 매우 균형이 잘 잡힌 작품이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마일즈의 전쟁>이 지닌 최고의 미덕, 위트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자. 마일즈는 어찌어찌하여 전쟁중인 항성계로 화물을 운반하는 일을 맡게 되고 저찌어찌하여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고용주는 전쟁에서 지고 있는 나라였고, 당초 계약과는 달리 베타 달러(높은 신뢰성을 지닌 미달러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가 아닌 자국 화폐로 보수를 지불한다. 물론 그 화폐는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환율조차 없는 화폐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버린 막대한 예상 손실액 앞에서 공황상태에 빠진 마일즈는 산더미처럼 쌓인 지폐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지폐다발들로 집짓기를 하며 "재무구조에 변화를 줘보고 있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한다. 


또 이 책에는 2,000명의 요리사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굶어 죽을 운명에 처해야 했던 귀족의 이야기도 나온다. 자세한 사정은 직접 읽어보시길. 


후반부에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작이다. 이렇게 지적이고 유쾌한 오락소설을 만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추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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