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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Aug 08. 2022

침착함이란...

침착이라는 말이 천천히 하라는 뜻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재출혈 후 왼손과 눈의 정교함을 잃어버리고 모든 게 더 어려워져서 침착하게 천천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그래서 하루면 끝낼 수 있었던 작업도 며칠 동안 나눠서 할 만큼 천천히 했다. 하지만 천천히 할 수 없는 작업들도 있다. 


내가 사용하는 칼라클레이는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마르기 시작한다. 겉면부터 마르기 때문에 붙이는 작업을 할 때 천천히 하면 접착력이 금세 사라져 버린다. 특히 눈썹같이 크기가 작은 것들은 특히 더 빠르게 말라버리기 때문에 마냥 세월아 네월아~ 할 순 없다. 조급함에 서두르다 보면 매번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침착하게 천천히 한 번에 하면 된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한 번에……한 번에…… 

이미 말라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임기응변으로 물이나 접착제로 붙인다. 하지만 물을 쓰면 색이 번지기 십상이고 접착제는 깔끔하지 못하니 뒷수습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다. 도대체 침착하라는 것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천천히 하라는 말이 아닌 것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행동이 들뜨지 아니하고 차분하다 라는 뜻이다. 즉, “들뜨지 않고 차분”이 포인트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오롯이 그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결국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것이다. 아하~!!


깨달음을 얻었지만 여전히 한 번에 잘하지 못한다. 물리적인 신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미칠듯한 분노를 내뿜지는 않는다.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되어있다. 사실 지금까지도 화를 내긴 했지만 결국에는 해내고 있었다. 


결과가 같다면 이왕에 하는 거 차분하게 하는 것이 뇌출혈 환자에게 더 좋지 않겠는가~항시 침착함을 유지하여 더 이상 건강이 나빠지지 않고 아내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도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겠다. 


나에게 침착함은 곧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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