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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Sep 19. 2022

존중하기 힘든 다양함.

아내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를 가까이하지 못한다. 그저 앞마당 한편에 고양이 사료를 놔두고 cctv로 관찰하기를 즐길 뿐이다. 


우리 동네에도 길고양이들을 챙기는 캣맘, 캣파파님들이 있다. 어느 날 캣파파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임보를 하루만 하게 되었다. 이미 분양은 되었지만 사정이 있어 하루정도 임시 보호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평소 안면을 트고 지내던 터라 하루 정도는 조심하면 될 것 같아서 우리가 맡기로 했다. 


마침 추석 연휴에 공방을 깔끔하게 치워놔서 케이지를 둘 공간이 충분했다. 왼쪽 눈과 똥꼬에 염증이 있어 약 먹일 때만 케이지에서 꺼내기로 했다. 평소 지나가는 길에 마주치던 아깽이였는데 머리에 검정 무늬가 마치 멋 낸 사람 머리카락 같아서 ‘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녀석이다. 그런데 길냥이 주제에 사람 손만 보면 머리를 비벼댄다. 이런 친화력을 가진 길냥이는 처음이다. 케이지 안에 수건을 깔아줬는데 그 감촉이 너무 좋았는지 연신 꾹꾹이를 시전 하며 그릉그릉 거린다. 아…… 귀여워 죽겠다. 아내는 적극적으로 만지지는 못했지만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하루라는 시간만 함께 지냈지만 내 다리사이에서 잠을 잘 정도로 가까워져 버렸다. 너무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애교쟁이라서 분명히 사랑을 받을 녀석이다. 보내기 너무 아쉬웠지만 우리가 키울 수는 없으니 보내줘야 한다. 


커다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보내주고 그날 하루 종일 찍어뒀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다. 

그런데 이 고양이를 데려갔다고 노발대발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동네에서 활동하는 캣맘 중 한 명인데 본인이 챙겨주는 고양이인데 왜 데려갔냐고 캣파파님에게 전화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캣파파님은 혹시나 우리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우리의 존재를 숨기며 새벽 내내 그 진상 캣맘을 상대했다고 한다.


정말 그 고양이를 생각한다면 본인이 직접 기르던지 아니면 좋은 주인을 찾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주변의 쓰레기나 위험한 유리파편을 치워주고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해주었던 사람은 이번에 구조할 때 함께했던 다른 캣맘님이다. 정작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았으면서 저렇게 소유권을 주장하다니 ……


알고 보니 길냥이 콘텐츠로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구조된 아깽이가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에 인기가 좀 있었나 보다. 저런 사람으로부터 구조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정말 존중하기 힘든 다양함도 많다…… 고작 먹을 거 조금 챙겨줬다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양새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단지 하루였지만 열심히 약 먹여주고 사료 챙겨주고 응가 치워주고 놀아주고 보살펴준 아내와 내가 뿌듯하고 대견하다. 뭔가 멋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대견하다.

나의 첫 고양이가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안녕~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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