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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잘 May 02. 2024

51. 아카시아꽃이 핀다

숙지산에서

'흐읍~'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짝 폈네.'


아카시아꽃이 피면 나는 국민학교 5학년때 짝꿍 강순화가 생각난다.


주황색 원피스에 빵떡 모자를 쓴 합창단원이었던 순화는 선생님 요청으로 우리반에서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불렀는지 지금도 예쁜 모습이 선하다.


남자애들은 짝꿍인 우리 둘을 같이 놀렸다.


"강냉이 먹고 배볼록"


나는 국민학교때부터 통통 했다. 배볼록이라는 별명이 싫었다.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내가 좋아하는 햇살 내리는 돌바위에 앉아 숨을 들이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


브런치 알림에 글쓰는 습관은 매일 쓰는 거라는 안내글이 떴다. 글을 쓴다.


흐음~~


숙지산에도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순한 향기가 멈추어서 글을 쓰게 한다.


아카시아꽃이 필 무렵 모내기를 한다고 한다. 우리 큰언니가 스물 네살에 시집가서 아무 것도 모를 때 시아버지께서 지나치듯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카시아꽃 필 무렵 모내기 한다"


큰언니는 아카시아꽃이 피기 시작하면 곧 모내기를 하겠구나 생각했단다.


아카시아꽃이 피는 5월초 어버이 주간에 우리 시댁은 고추모종을 심었다. 십 년 넘게 고추를 심으러 정읍에 내려갔었다.


토요일에 우리엄마 만나러 포천 캠핑장에 간다. 제부는 멋진캠퍼다. 장모님(우리엄마) 모시고 전국을 다 다닌다. 참 고맙다.


우리엄마는 아카시아껌을 좋아했고 나는 이브껌이 부드럽고 좋았다.


햇살이 허벅지를 데운다. 올라오는 어느 언니랑 눈이 마주쳤다. 씨익 미소를 짓는다. 서로.


"예쁜 언니가 앉아서 쉬고 있네"


잘 나오지않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성스레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산에서는 조금 더 친절해지는 거 같다. 나도 내려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고 목례를 해야겠다.


아기 오리같은 아카시아꽃이 벌써 떨어졌다.


갑상선암 수술 8일째다. 오늘 아침에는 목소리가 조금 더 잘나온다. 다 때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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