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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joo May 01. 2023

nostalgia, 이 단어의 의미를 아시나요?



nostalgia,  

향수(鄕愁)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이다.

그런데 영국의 두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사뭇 다르게 설명한다.


"a sad feeling mixed with pleasure when you think of happy times in the past"

(과거의 행복했던 때를 떠올렸을 때 드는 기쁨과 섞인 슬픈 감정)


"a feeling of happiness mixed with sadness when you think about things that happened in the past"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면 드는 슬픔과 섞인 행복한 감정)


전자는 옥스퍼드 사전에, 후자는 캠브리지 사전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설명이다. 얼핏 보면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단어가 무슨 감정을 나타내는 말인지에 대해 한쪽은 '슬픈 감정', 한쪽은 '행복한 감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고 보면 참 애매하긴 하다. '향수'라는 이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은 슬픔과 행복, 그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이별을 마주하는 내 친구들의 반응은 상극이었다. 한 친구는 이별하기 한 달 전부터 그 순간을 상상하며 매일같이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 다시 만날걸 알면서도 지난날에 대한 고마움의 작별 편지를 쓰고, 온 마음과 시간을 쏟아 이별의 순간을 준비했다. 반면 다른 친구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조금 이상하게 바라봤다.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지나가는 1분 1초가 아쉬운 우리와 달리 그 친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태연하고 유쾌했다. 마지막까지도 눈물 한번 흘리지 않았다. 조금은 야속했다. 우리에 대한 마음이 깊지 않았기 때문에 이별에서조차 저렇게 아무렇지 않겠지. 하지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이별이 왜 꼭 슬퍼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어. 어차피 나중에 다시 만날 거 아니야?. 당분간 못 보는 게 아쉽긴 하지만 난 한 번도 이별이 슬픈 적은 없었어. 웃으면서 이별할 수도 있잖아!"


그저 이별을 대하는 그 친구의 태도와 우리의 태도가 달랐을 뿐이었나. 조금의 서운한 마음을 뒤로하고 힘겨운 이별을 마주했다. 머지않아 그 친구가 우리에게 nostalgia의 두 의미를 알려줬다. "거봐,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헤어졌어도 슬픔보다 행복한 마음이 더 클 수 있어!"


그로부터 3달이 지났다. 이별은 생각보다도 더 긴 과정이었다. 당분간 볼 수 없는 사람들, 다시 만난다 해도 돌아갈 수 없을 행복했던 기억들을 현재의 자리에서 다시 떠올리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며 지금을 탓하게 되는 때도 더러 있었다. 그때를 회상하는 것 자체가 슬프고 아팠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과거를 떠올리며 슬퍼지는 날의 횟수도 확연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추억에 잠겼을 때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이렇게 그리울 수 있는 추억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싶어 미소가 지어졌다. 영원히 곱씹어보고 싶을 정도로 찬란한 시간이 내 안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그때를 떠올려도 그립기만 할 뿐,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이제야 nostalgia의 두 의미가 모두 이해된다. 처음에 내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했던 이유는 왜일까. 어쩌면 오랜 애인과 헤어진 후 그와의 추억을 애써 외면하며 이별을 부정하려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너무 좋아했고, 행복했던 시기이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하며 절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억이 이제는 추억일 뿐임을 인정하는 순간 내 마음의 슬픔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채 내게 평생 손 흔들어줄 거라 생각하자 내 마음은 평온으로 가득해졌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내가 잊지 않는 한 그때가 사라지지 않음을 깨닫고 나자 더 이상 향수는 내게 '슬픈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nostalgia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봤다.


"a feeling from sadness toward happiness-"

(슬픔에서 행복으로의 감정)



누구에게나 현재와 사무치게 비교되는 예전의 '그때'가 있을 것이다.  추억에 갇혀 슬퍼하는 이들이 다시 현재를 사랑할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ShKkYdVyk


그런 이들에게 잔나비의 노래, <슬픔이여 안녕>이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봐 젊은 친구야 잃어버린 것들은 잃어버린 그 자리에가끔 뒤 돌아보면은 슬픔 아는 빛으로 피어

바람 불었고 눈 비 날렸고 한 시절 나는 자랐고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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