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달라

타인과의 선긋기

by 미쓰양푼이

인스타그램에서

DM(Direct Message, 개인 메시지)

이 왔다.


홍콩 출신이지만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그 청년이 꽤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답장을 보내긴 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대화를 중단했다.


왜냐하면

홍콩 사람인 그에게

혹시 내가 실수하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교환학생 시절 만났던

홍콩 친구들이 있다.


자기들은

중국인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과거에는 홍콩이

영국령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국에 편입된 도시이기 때문에


아무리

특별 행정구라 할지라도


내 입장에서

그들은 중국인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권에 중국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홍콩과 중국은 다르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은

마치 내 눈에

이렇게 비추어졌다.


외국인이 나에게


"너 한국인이야?"


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니, 난 남한인이야!"


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어쨌든

홍콩인들이 중국과

명확한 선긋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2019년 3월에 시작된

홍콩 시위는

8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실 나도

명확한 선긋기를

한 적이 있다.


외부 테라스가 있는

로마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웨이터가 술을 서비스로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일본인처럼 보였는지

'사케'라는 말을 건넨다.


지금은 그러든 말든

웃으며 고맙다는 말로만

화답했을 텐데,


22살에 피가 끓던 시절의 나는

그걸 굳이 꼬투리 잡아서


"나 일본인 아니거든요?!"


라고 반박했다.


강한 어필을 해서 그런지

레스토랑에 찾아온 다른 손님들이

나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보는

질문을 할 때마다

웨이터가 발 벗고 나서서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대변해줬다.


어쩌면

홍콩과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다른 것처럼

엄연히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

나만의 잣대로

그들을

바라본 것이었다.


그들도

그들만의 잣대로 규정한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타인인 나에게

설명할 뿐이었다.


한국이라는

우물을 잠시 벗어나니

관계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관계의 바탕이 되고 있는

그 두 시선(나의 잣대, 남의 잣대)이

일치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것이다.


반면에

그 둘이

서로 상충될 때는

관계의 문제가

발생해버린다.


급기야

개인들은 그것을 놓고

서로 싸우게 되며,

이것이 국제관계 속에서는

전쟁으로까지도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분당 사는 친구가

성남과 분당은 다르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분당이 성남시에 소속되어 있는데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분당 친구는

주관적인 판단(opinion)을 근거로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객관적인 사실(fact)을 토대로

논쟁을 해버렸다.


물론,

내가 팩트를 근거해서

말했기 때문에

내가 그보다 더 옳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대화는

법정에서나 통한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던 친구와는

소식이 끊긴 지

오래라는 것이다.


상대방은

주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객관적인 잣대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가 옳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전형적으로 말이

안 통하는 예이다.


처음부터

소통의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었다.


서로 같은 소재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면

대화는 계속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서로의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될 수 밖에 없다.


'안양과 범계는 달라.'
'고양과 일산은 달라.'


등등


대한민국 안에서도

타인과의 선긋기를 하며

나만의 개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그 개성을 존중하고

공감해주는 태도야 말로

나의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해주는

토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나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 했던

친구들아

미안하다.


내가

그동안 옳고 그름만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내 삶의 옳고 그름도

판단하지 못하는

철부지 주제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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