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첫눈이 내리고 있는데
아무 맥락도 없이 홍탁이 떠오른다.
톡 쏘는 홍어 향에 막걸리 한 사발
그 자리에서 오가던 따뜻한 이야기들이 문득 그립다.
그때의 나는
무슨 말을 꺼내고 있었을까.
별것 아닌 농담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속 깊은 데서
불쑥 올라온 감정이었을까.
왁자지껄한 홍탁집.
창밖으로 흩어지는 눈발 사이로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
시간 속에 접어 두었다고 믿었던
어린시절 내 형제들의 웃음과
말하지 못한 첫사랑의 이야기 속으로 다시 나를 보내고 싶다.
어쩌면 첫눈이 내게 준 선물은
그리움 자체가 아니라,
그리움을 떠올릴 수 있는
지금의 나인지도 모른다.
어느덧 첫눈이 오면 아이스크림보다 홍어에 막걸리가 더 어울리는 나이.
홍탁집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었다면, 나는 어제의 이야기를 꺼냈을까. 아니면, 그저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이 순간이 참 좋다”고 잔을 들고 있었을까.
Ps.
홍탁에 막걸리 한잔 생각 나시는 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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