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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원 Apr 12. 2023

4월 12일 봄, 날씨가 좋다.

항암 1주기를 끝내고 휴식기에 쓰는 글

4월 12일 봄, 날씨가 좋다.

학생인 척 기분을 내기 위해 대학생들이 몰린다는 커피빈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뒤적였다. 2시간을 그렇게 보냈을까,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엄마가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연락이 오셨다.

그저 더 오랫동안 보통 사람인냥 보이고 싶어, 차로 태워준다는 엄마의 제안을 뒤로 하고 카페에서 걸어서 집으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 오랜만에 송사부 빵집을 들러 추억의 꽈배기도 몇 개 집어왔다.

아차, 어영부영하다보니 건널목에 신호등 초록불이 3칸이 남은게 보였다. 걸음을 재촉해 빨리 건널까 고민하다, 설사 재촉하다 넘어질까 걸음을 늦추었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오는데, 알 수 없게도, 순간 살아있는 게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천천히 걷는 걸음만큼, 행복한 순간도 천천히 길게 남으면 좋을텐데.

병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생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친구를 위해, 또는 하늘의 알지 못할 뜻에 의해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알 수 없다. 사실 의미를 찾는 게 그저 철학적 사유의 유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생의 의미'를 찾는 목적이 '생을 이어나가기 위함'이라면, 오늘 나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 좋은 우연한 봄날, 걸어가며 느꼈던 행복을 또다시 느끼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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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작년, 낯선 복학 생활 중 참 많은 위안을 주던 친구였는데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친구 아버지의 진단날부터 계속 봐 와서일까, 좋아지셨다고 들었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비보에 마음에 순간 벼락이 내리쬔듯 했다.

근 1년 간 너무나도 많은 이별을 겪었다. 앞으로는 세상의 섭리에 반하는 일일지라도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항암 1주기 끝나고 퇴원하자마자 남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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