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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un 24. 2024

캐나다 캠핑장, 유일한 '아시아 여자'

글램핑 말고 캠핑


10여 년 전부터 캠핑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주는 아니고 1년에 한두 번, 많으면 세네 번 가는 정도예요. 수험생 시절 유독 바쁘고 여유가 없던 해에는 한 번도 못 가고 거른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대학원 동기인 독일 친구 하나가 제가 캠핑을 다닌다는 얘기를 듣더니 대뜸 그러더라고요.


You are the only 'ASIAN FEMALE' I know who goes camping!


자기가 아는 캠핑러 중 제가 유일한 '아시아인 여자'라고요. ㅎㅎ


혹시나 인종차별로 들리진 않을까 친구 사이에도 이런 말은 조금 조심하는 게 보통인데 그 친구의 멘트가 너무 날것이라 그때도 둘이 한참을 웃었었네요.




지난 금요일, 회사 동료들과 미팅을 하던 중이었어요. 가볍게 주말 계획을 묻는 자리여서 저는 캠핑을 갈 계획이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저희 매니저가 묻네요. 글램핑인지 아니면 텐트에서 자는 찐캠핑인지요. 그래서 텐트캠핑이라고 했더니 약간 놀라는 거예요.


새로 장만한 4인용 텐트


반응이 재밌어서 제가 10년 전 제 친구한테 들었던 얘기를 했어요.


매니저는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그런 뜻은 아니었고 그냥 평소 제 이미지와 매칭이 안 돼서 그랬던 것뿐이라고요. 그럴 만도 한 게 제가 좀 정적인 편이라 저한테서 그런 활동적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나 봐요.


생각난 김에 "아는 지인 중 캠핑 다니는 '아시아인 여자' 한 명이라도 있는지" 동료들한테 물어봤어요. 5명의 백인 동료 모두 열심히 생각해 보더니 결국 아무도 안 떠오른다고 답했습니다.


신기하죠? 요새는 한국 사람들도 캠핑 많이 다닌다던데 여전히 이곳에선 캠핑장에서 아시아인 여자를 보는 게 꽤 드문 일이거든요. 제 '아시아인 여자' 친구들 중에도 캠핑 다닌다는 사람은 거의 없고요.


이번 캠핑 메뉴는 삼겹살, 양념 돼지갈비, 김치찌개, 소시지 스킬렛


사실 저희도, 캠핑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고 남편인데요, 캠핑 준비부터 요리는 물론 마무리 청소까지 남편이 다 도맡아서 하니까 저는 그냥 따라가는 거지, 저보고 이걸 다 하라고 하면 어휴, 이 귀찮은 걸 안 하고 말죠.


특히 저는 온갖 벌레를 싫어하다 못해 질색팔색 아주 기겁하는 사람이라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렇게 매년 캠핑을 가나 싶거든요.


그런데요,

저는 취미로 '발레'를 배우고 있거든요. 벌써 4년 찬데 돈이 이래저래 꽤나 많이 들어요. 그런 제 취미생활을 남편이 이해해 주고 존중해 주니까 저도 남편이 좋아하는 캠핑을 늘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함께하게 됩니다.



텐트 치고, 고기 구워 먹고, 햇살 따스한 오후에는 캠핑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하면서 책도 보고, 으슬으슬해지는 저녁엔 장작 넣고 캠프파이어 만들어 불멍도 때리고 하는 시간이 좋아서 저도 이 시간이 가끔은 기다려진답니다.


그래도 역시 집에 돌아오니, 아... 집이 좋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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