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돼지~
오랜만에 간 한인마트에서 추억의 '돼지바' 발견!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 안에는 딸기 시럽이, 밖에는 초코 크런치가 더해진 그 환상 조합을 떠올리며 6개들이 한 묶음을 냉큼 집어왔다.
나: 자기야, 이거 읽어 봐. 얘 이름이 뭐게?
남편: 대...지...바?
나: 응! 돼지바야, '돼지' 알지? pig!
남편: 푸하하, 이름 되게 웃기다! 근데 왜 아이스크림 이름이 돼지바야?
나: 응? 모르겠는데??
그러고 보니 돼지바가 왜 돼지바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스크류바, 수박바, 죠스바, 쌍쌍바, 바밤바 같이 지극히 1차원적인 이름은 물론이고, 아맛나, 설레임, 투게더, 부라보콘, 엑설런트 같이 비교적 고차원(?)적인 이름의 유래도 대충은 알겠는데... 잠깐, 돼지바??
궁금하면 찾아봐야지!
1983년 돼지해에 태어난 돼지바는 모든 사람들에게 돼지꿈의 복과 행운을 주겠다는 뜻으로 '돼지바'로 이름 지었다.
아하,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모양도, 맛도, 색도 전혀 상관없는 이름이었구나.
그렇게 성의 없이 막 지은 것 같은 이름이 1983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0여 년간 잊히지 않고 있는 것 보면 그 '돼지꿈'의 복과 행운이 소비자한테까지 갔는지는 몰라도, '롯데'한테는 간 게 틀림없지 싶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단어의 어원이나 관용어의 유래 같은 것에 궁금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아이 같은 호기심이 유독 치솟는 날이면 친한 동료나 친구한테 물어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시원하게
답을 듣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우리도 다 그렇지 않은가.
뭐든지 "왜요?"부터 묻고 본다는 호기심 만렙의 유년기를 보내고 나면, 대부분의 것들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책에 나와 있으니까", "엄마가 그랬으니까",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내가 돼지바 이름이 왜 돼지바인지 한 번도 궁금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사실 호기심이 없다는 건 그만큼 잘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외국어인 영어에 늘 더 많은 호기심을 갖고 여전히 아이같은 궁금증을 갖듯이.
하지만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을 교훈 삼아 이번 기회에 다른 아이스크림 이름의 뜻도 몇 개 더 찾아보기로 했다.
붕어 싸만코: '싸만코'는 '싸고 많고'의 줄임말
빵또아: 빵 먹고 또 아이스크림 먹고
누가바: 초콜릿의 한 종류인 누가(nougat)로 코팅
호두마루: '마루'는 순우리말로 '높음'을 의미
그런데, 비비빅... 너는 뭐냐.
(뜻 아시는 분 댓글 달아 주시면, 선물로 답글 달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