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자
나: 자기야, 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남편: 음... 나 하나 있어!
나: 뭔데?
우리 부부는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건 그때그때 사는 편이라, 생일이나 기념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물을 주고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작년 생일엔 남편이 갖고 싶은 게 있다며 특별히 요청한 아이템이 있었다.
그건 바로 '부엌칼' ㅋㅋㅋ
주방 살림에 진심인 그는 평소에도 마트에 갈 때마다 칼, 도마, 국자, 프라이팬, 냄비 등의 주방용품을 눈여겨보는 편인데, 작년에는 심지어 생일 선물로 부엌칼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사달라니까 사줘야지.
참고로 그는 요리사도 아니요, 셰프 수준의 요리 솜씨가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저 손이 빠르고 요리하는 걸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는 지난 몇 년간 망설이던 전골냄비를 오랜 고민과 서치 끝에 득템하고 어찌나 기뻐하던지.
딱 자기가 원하던 사이즈와 모양의 냄비를 찾았다며 너무 좋아했다.
남편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 새삼 깨닫는다.
주방 살림은 물론 찬장이나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와는 반대로, 주방 도구 쇼핑을 하고 주방 살림을 정리하고, 요리하고 하는 모든 일이 즐겁다는 그를 볼 때마다 정말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안 변할 자신 있는데, 남편도 이대로 쭉- 안 변하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