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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feat. 막돼먹은 며느리

by JLee


오랜만에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시부모님은 '에드먼턴'이라는, 비행기로 2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사세요. 얼마 안 먼 것 같죠? 그런데 날씨는 이곳과 천지차이라 지난 주말 엄청난 한파를 경험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하 30도, 진짜 너무 추웠다




저는 시댁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합니다.


요리는 물론 설거지 한 번을 안 해요. 하겠다고 나선적도 없지만, 제가 하겠다고 해도 시키지 않으실 거예요.


더 먹어라, 좀 쉬어라.


이게 제가 시댁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 두 가진데요, 전직 요리사인 아버지는 요리 담당, 깔끔쟁이 어머니는 청소 담당이에요.


그럼 저는 뭐 하냐고요? 해주시는 요리 맛있게 먹고, 과일 먹고, 과자 먹고, 동네 산책 갔다 와서, 낮잠 한숨자는 게 제 일입니다.


어떤 이의 눈에는 막돼먹은 며느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희 남편과 저는 시댁에 가면 철저하게 손님 대접을 받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지내다 가면 되는 게 손님의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또 보통 손님인가요? VIP 중에도 최고 VIP죠.


그럼 본격적으로 자랑 몇 가지만 해볼게요.




자랑 #1: 아버지표 오마카세


"뭐든 말만 해, 다 해줄게"


저희 시아버지가 또 이렇게 실력발휘를 하셨네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꿔바로우부터 탕수어, 동파육 같은 요리, 새우 튀김, 갈치 튀김, 꽃게 튀김 등의 튀김 요리, 닭볶음탕, 수육, 양고기 등의 고기 요리, 그리고 전복, 조개, 해산물 모둠까지 정말 이것저것 많이 해주셨어요. 만두는 물론 매 끼니 빠질 수 없었고요.




자랑 #2: 어머니표 홈메이드 깨강정


이건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건데요, 볶은 땅콩과 대추 그리고 흑임자에 꿀을 넣어 만든 강정이에요. 제가 맛있게 먹는 걸 보시더니 "더 해줄 테니까 싸갈래?" 하시며 신나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야밤에 갑자기 온 가족이 대추 자르고 땅콩 으깨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ㅋㅋ



이거 진짜 진짜 맛있습니다.


꿀을 넣어서 쫀득하면서도 너무 딱딱하지는 않고, 아낌없이 듬뿍 넣은 땅콩과 흑임자 덕에 씹는 재미도 한가득이에요.




자랑 #3: 빠지면 섭섭한 홍바오


또 받았습니다, 홍바오.

작년에 이어 또 이렇게 많은 봉투를 받았으니 기념샷이 빠질 수 없죠.



돈의 액수를 떠나 복과 행운을 이렇게 가득 받았으니 올 한 해도 즐거운 일이 가득하겠지요?





저는 신맛을 싫어해서 딸기를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댁에 있는 딸기가 하나도 안 시고 맛있대요? 제가 맛있게 잘 먹으니 다음날 아침 아버지가 딸기를 3팩이나 사다 놓으셨더라고요. 저 실컷 먹으라고요.



사랑이 별 건가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며느리를 위해 가족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이른 시간, 영하 30도의 날씨를 뚫고 딸기를 양손 가득 사들고 오는 그 마음.


그 사랑을 받아 올해는 딸기같이 반짝반짝 밝고 빛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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