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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Sep 03. 2024

휴가 갔던 동료가 성별이 바뀌어 돌아왔다

캐나다인의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


지난 7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다가 3주 만에 돌아왔다.


1주일 이상 휴가 계획이 있으면 휴가 전, 팀 사람들과 스케줄을 공유하는 게 보통인데, 3주나 자리를 비우면서 미리 언급된 바가 전혀 없었다는 게 좀 이상했지만 그저 개인 사정이 있었으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그 동료는 성별이 바뀌어 돌아왔다!




나는 그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 중 하나였다.


어느 날 그에게서 온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고 있는데, 이메일 끝자락 서명란이 그날따라 유독 눈에 띄었다. 그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여자 이름으로.


그리고 그날, 회사 디렉터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왔다.



저는 지난 2.5년간 OOO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OOO은 용기와 투명성을 보여주었으며, 이 점에서 진정한 영감을 주는 인물입니다.

우리의 핵심 가치인 팀 정신에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OOO의 미래를 함께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후 '그녀'를 화상채팅을 통해 만났다.


인디언핑크 블라우스에 네이비색 재킷을 걸치고, 원래는 하나로 묶고 다녔던 머리는 반올림으로 단정하게 내린 상태였다. 얇은 체인의 목걸이도 눈에 띄었다.


성소수자가 워낙 많고 그 다양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문화권에 살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동료의 성별이 바뀌는 걸 목격하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그녀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언제 나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됐는지

그걸 처음 깨달았을 때 마음이 어땠는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더 계획 중인지 (예: 성전환 수술)


혹시나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러웠던 내 마음과는 달리, 그녀는 궁금한 건 다 물어봐도 된다고 오히려 나를 독려했고, 내 '미니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본인의 생각이 정리가 되는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며, 진심이 담긴 감사 카드를 내게 보내왔다.


지난 7월에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


그녀는 9월 2일 자로 장장 5개월의 휴가를 냈다.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꼭 필요한 시간"이라며 본인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면서.


5개월 후 그녀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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