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는 어느새 키가 100cm가 넘었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요.
일찍 출근한 언니 대신 세수하고 옷 입혀 등원도 시켜보고, 하원할 때는 버스 내리는 곳으로 마중도 나가고 하는 '소꿉놀이'도 하고요.
조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진행한 '학부모 참여수업'에도 언니 따라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는 엄마와 함께 왔고, 아빠까지 참석한 아이도 더러 있었지만 이모는 저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엉덩이 한쪽 겨우 걸칠 것 같은 작디작은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자기소개, 영어 수업 하는 모습 등을 지켜보고 체육수업도 함께 했는데요.
책상과 의자부터 시작해서 신발장과 사물함, 심지어 세면대와 아이들 변기마저도 올망졸망 어찌나 귀엽던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여기저기 구경하는 모습이 색달랐는지, 지나가던 원장님께 "혹시 유치원 선생님이세요?"라는 얘기까지 들었네요 ㅎㅎ
대망의 마지막 순서는 <노래 장기자랑> 시간.
그동안 배운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는 아이들 모습에 처음엔 그저 웃음이 났어요. 노래를 하는 건지 소리를 지르는 건지 그저 목이 터져라 외치는 아이들 모습에 박장대소하기도 했고요.
아니 그런데, 요새 동요 가사 왜 이러나요?
엄마 아빠,
내가 넘어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줄 사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동요에 나온 이 가사에 눈물바보 이모는 결국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안에서 새는 눈물샘은 밖에서도 새는 법이니까요.
마침 옆에 (저 같은 사람 쓰라고 놓아둔 듯한) 휴지가 있길래 잽싸게 닦고 아닌 척했는데, 그 뒤로 다른 동요에서도 계속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아빠 효도할게요" 이런 가사가... 아흑 ㅠㅠ
혼자 계속해서 눈물 닦으면서도 설마 누가 봤을까 했는데, 나중에 언니가 하는 말이 거기에 있던 엄마들이 다 제가 우는 걸 봤다네요? 동생분이 F 시냐며 ㅋㅋㅋ
노래하는 아이: 10명
우는 엄마: 0명
우는 이모: 1명
이모: 땡땡이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뻐?
조카: '이모'랑 '엄마'
이모: 이모랑 엄마가 왜 세상에서 제일 예뻐?
조카: "사랑하니까"
이모: ㅠㅠ
함께 있는 동안만이라도 많은 사랑을 주고 싶어, 이모가 매일매일 안아주고 뽀뽀해 주겠다 했더니, 어느 날은 "이모! 우리 또 안고 뽀뽀하자!"며 달려오는 아이.
3주 동안 많은 사랑을 주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왔습니다.
훈육의 책임도 없고 진로에 대한 걱정도 없이 그저 예쁘다 예쁘다 사랑만 줘도 되니 이것이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이모 베네핏'이네요.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잠시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