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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냉동김밥, 먹을만해?

by JLee


내가 사는 이곳에 H마트가 들어왔다.


기대와는 달리 푸드코트는 없었지만, 대신 김밥, 떡볶이, 돈가스, 짜장면, 타코야끼 같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마트 한쪽에 자리를 잡은 뚜레쥬르는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산다.



이 감개무량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또 슬그머니 본인의 욕심을 더해본다.


아, 뚜레쥬르보다는 파리바게트가 맛있는데.

나는 신전떡볶이가 들어왔으면 좋겠어.

나는 OO치킨, 그게 없어서 너무 아쉬워.


하지만, 그런 말들을 하면서도 우리는 안다. 이건 그저 작은 욕심일 뿐이라는 걸.




15년 전 처음 이 도시에 발을 디뎠을 때, 이곳에 한국 식당이라고는 딱 두어 군데뿐이었다. 불고기, 비빔밥,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등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 큰 위로가 되어주는 고마운 곳이었지만 널리고 널린 일식당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한식당의 수가 말해주듯, 한국의 자취를 느끼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이 지난 15년간 어떻게 변했던가.



한식당은 이제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생겼고, 늘 그리웠던 양념치킨과 짜장면도 쉽게 사 먹을 수 있게 됐으며, 코스트코에는 계속해서 한국식품이 추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딱 하나, 정말 딱! 하나 바라던 게 있었다면 그거슨 바로 김밥.


그렇게 오랫동안 김밥-김빠압- 노래를 부르던 내게 어느 날 코스트코에 들어온 냉동김밥은 마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김밥 6줄에 25불, 한화로 4천 원이 조금 넘는 가격


냉동김밥, 그거 먹을만하냐고?


맛, 그냥 그렇다. 솔직히 한국이었으면 이 돈 주고 사 먹을 맛은 아니지. 하지만 어쩌겠나, 김밥은 미치도록 그립고, 직접 해먹을 생각은 1도 없고, 그렇다고 한식당에서 파는 김밥을 20불 가까이 주고 사 먹을 생각은 없으니, 코스트코 냉동김밥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뚜레쥬르 빵 별로지 않냐고?


아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야. 뭐 선택권이라는 게 있어야 비교해 보고 따져보고 내 입맛에 맞는 거 따라가는 거지, 캐나다 빅토리아 역사에 길이 남을 '한국빵 브랜드 입점'인데, 이것저것 따져서야 되겠니? 그저 감사한 일이지.



욕심은 없어지고 감사함은 커진다.


이런 거 하나도 없을 때도 잘 살아왔는데, 한국식당에 한국마트까지 들어온 이 시점에 내가 더 많은 걸 바란다면 그건 진짜 욕심일 뿐.


나는 이제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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