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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사람들이 지각하는 이유

by JLee


이런 날도 있네요.


얼마 전 친구와 약속이 있어 차를 타고 가는 길, 집 근처에서 사슴이 길을 건너고 있는 걸 목격했지 뭐예요!


어머어머 하며 잽싸게 사진을 몇 장 찍고, 길을 무사히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5분쯤 지났나? 도로 중간에 차 한 대가 정차해 있어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이번에는 거위 대가족이 길을 건너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사슴은 눈치 보며 빨리 건너던데, 얘네는 눈치도 없는지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건너는 걸,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고 흐뭇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었습니다.



내비에도 안 나오는 이런 경우는 그저 귀하신 몸 지나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이렇게 아무렇게나 무단횡단을 하는 애들 때문에 약속에 늦을 뻔했다고 친구한테 말하니 껄껄 웃더라고요.


같은 날,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사거리에 떡하니 서 있네요? 허허



사슴, 거위, 갈매기 모두 흔치 않게 보는 곳에 살고 있다지만, 이 친구들을 하루에 모두 만나는 게 결코 자주 있는 우연은 아닙니다. 게다가 도로 위에 떡하니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여러 번 봐도 여전히 시선을 끄는 즐거운 장면이죠.




문득 급한 건 사람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슴도, 거위도, 갈매기도 모두 서두르지 않는데, 급한 건 우리 사람들뿐이 아닌가 하고요.


출처: unsplash.com


곧 9월입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 마음의 여유도 한 뼘 더 자라나는, 풍성하고 너그러운 가을날이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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