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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해 Nov 06. 2022

피어난 꽃은 꺾지 않습니다.

♧ 마음 들여다보기

* 이 글은... 꽃집 사장님이 싫어하십니다... 아마도 ㅠㅠ



꽃이 예쁘다.

세상의 모든 꽃은 예쁘다.

진리 속의 진리처럼 예쁘다.

산과 들에 핀 꽃도 예쁘게 포장된 꽃집의 아이들도 모두 예쁘다.

세상의 예쁜 것은 '꽃같이 예쁘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꽃은 예쁘다.

축하자리에는 항상 주인공에게 꽃다발을 선사하며 축하와 고마움을 전한다.

모든 마음을 전하기에 꽃만큼 적절한 것이 없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도 향수, 반지, 책 등 작은 선물과 함께 꽃이 등장한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탄생화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의 탄생화는 무려 '라일락'이다. 아주 마음에 들었고 탄생화가 라일락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는 라일락이 더 애틋하게 예쁘게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탄생화를 검색해보라고 뭐냐 물어보고 다니기도 했다.(지인 중 한 분은 탄생화가 심지어 '아스파라거스'였다. 아스파라거스도 꽃이었어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한동안 탄생화 알아보기 재미에 빠져서 탄생화로 알아보는 MBTI놀이를 한참 동안이나 혼자 했었다.


이 만큼 꽃을 좋아한다.

꽃집 앞을 지날 때면 어느 어느 아이가 더 예쁜가 한참을 쳐다보고 그중 아이컨택에 성공한 아이는 구매로 이어져 꽃 한 다발을 한 아름 안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예쁜 꽃병에 예쁜 아이들을 예쁘게 담아 예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한때는 꽃시장도 자주 갔었다.

주말이면 그리고 우울한 날이거나 기분이 좋을때면 꽃시장에 가서 한참 구경을 한 후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화분과 화려하고 수려한 꽃들을 샀다.

아침에 일어나 혹은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항상 거실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있었고 아침과 저녁으로 예쁜 아이들을 보며 힐링을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 길어야 열 흘...

아무리 애를 써도 더는 안되었다.

'화무십일홍'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오래가지 못함을 말할 때 쓰이지만 말 그대로 길어야 열 흘이었다.

그렇게 꽃은 시들고 시든 꽃은 버려졌는데...


왜일까?

예쁜 꽃을 사다가 예쁜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물을 주어가며 지켜보고 있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왜였을까?

이런 생각을 한번 하고 나니 좀처럼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예쁜 아이를 데려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예쁜 아이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건데 혹시 너는 힘들었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확실한 건 그 후로는 꽃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사고 싶으면 꽃 대신 화분을 사다가 정성껏 키웠다. 아침 공복에 물을 마실 때 꼭 화분 아이에게도 물을 주고 나도 물을 마셨다. 그렇게 매일 아침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직장 근처 카페에 가면 드라이플라워가 벽과 천장에 예쁘게 디스플레이가 되어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동료에게 너무 기괴하지 않냐고.. 죽은 것을 매달아 놓은 모습이 너무 무시무시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동료는 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더 기괴하고 무시무시하다고 하였다.

그 카페는 꼬박 일 년을 드라이플라워 디스플레이를 유지했고 더 무서운 건 몇 달에 한 번씩 매달린 꽃의 종류가 바뀌어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기괴하게 보이는 건 정말 나뿐인 걸까?


주말... 차를 타고 근교 카페에 갔다. 가을이라 가을바람이 불고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이 들고 들판의 꽃들은 살랑살랑 바람을 맞아 예쁘게 흔들리고 있었으며  좋아하는 풀숲 향도 가득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은 아주 높고 파란 하늘이었고 잠시 눈을 감아 가을향을 한껏 느끼다 다시 눈을 떠 은행나무와 들판에 핀 꽃들을 쳐다보았다.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그곳에 있으므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그때 가장 빛이 난다.


학생은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직장인은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여야 하고

공무원은 공직에 있는 동안은 공직자로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소임을 다 할 때 이 사회는 가장 정상적이고 바른 모습을 갖춘다.


어릴 적 학교에 다녀와 현관문을 열면 항상 나를 반겨주던 엄마.

학교에 그리고 회사에 가면 언제나 꿋꿋이 있는 나의 자리.

내 자리가 있음이 주는 고마움. 그곳을 채우는 나.

언제나 우리들 주위에 머물며 필요한 순간 달려오는 경찰과 소방관분들.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이웃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 하는 것.

내 자리를 지키는 것.

이렇게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했다.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꽃을 사지 않았던 이유도 예쁜 포장지 안에 쌓인 꽃보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자연 속에서 핀 자연스러운 꽃이 더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  그리고 예쁘게 핀 들판의 꽃들이 소임을 다 하여 바로 그 자리, 자연으로 돌아감을 보았을 때 그 이치를 깨달았을 때였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꽃을 사지 않게 되었다.

예쁜 아이들을 사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게 되었다.

예쁜 꽃들이 보고 싶을 때는 자연으로 가 꽃들을 마음껏 바라보았고 출근길 아스팔트 사이에 오롯이 피어난 들꽃 한 송이를 보며 감탄했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학교에 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야 제자리이고

직장에 간 아빠는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슴에 안아야 제자리이다.

오늘 이 밤, 잠이 들면 다음 날 어김없이 눈을 떠 내일이 바로 오늘이 되는 것이 제자리이다.


오늘 밤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있기를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피어난 꽃은 꺾지 않습니다

글. 그림 by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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