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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해 Aug 31. 2022

감정선이 무너지다

새벽 두 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감정선이 무너졌다...




힘들게 부여잡고 괜찮은 척 했는

둘러싼 모든 것들에서 숨 쉴 구멍조차 찾지 못할 만큼 꽉 막혀버린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 지긋지긋한 현실이 몸을 짓누르고 정신을 갉아먹고 결국 나를 잠식해버렸다




추적추적 병원을 나서니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왜 몸은 한 곳도 성한 곳이 없는 걸까...


모든 게 직장 때문이다

모든 게 성격 때문이다

계속 계속 뜻 모를 탓을 했다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기분 좋게 떠드는 소리는 이미 소음으로 들린 지 오래고

옆자리 직원은 시험 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일에서 배제되고

그 업무까지 모두 맡게 되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일을 하고

이런 모습은 당연하게 치부되어

재미없는 돌림노래는 계속되고

귀에는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언제 배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동요만 가득하고...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큰 숨 몰아쉬고 넘어가 보자

그러면 곧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참은 지 벌써 6년

큰 숨을 몰아쉰다, 속이 울렁거린다. 화장실로 뛰어간다

이러기도 벌써 6년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 게 버티고 있는 걸까

둘러싼 빽빽한 것들을 칼로 갈기갈기 찢어내어

그사이 구멍으로 도망쳐버리지 않고

왜 무엇 때문에 행복한 척 웃으며

그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가족들의 전화도 부질없다 피할 만큼

몸과 정신이 엉망진창이면서 왜 이렇게까지 놓지를 못할까... 무엇 때문에...


귀가 아프다.

귀를 쉬게 했으면 좋겠다.

머리가 아프다.

잠을 잤으면 좋겠다.

눈이 아프다.

그리운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고 싶지 않다.

웃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삶도

희극이었으면 좋겠다.

페르소나


글. 그림. 사진 by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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