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꼭 지금이어야 할까, 지금이 아니면 조금 더 지난 후이면 용기 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예전 몇 년 전 어느 날 그때였어야 했는데 그냥 지나쳐 온 걸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때'라는 것이 있잖아요.
나에게 맞는 시기는 누군가에게 이른 또는 늦은 시기쯤 어딘가 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맞는 시기는 내가 무심코 지나쳐 온 여느 날일 수도 있고요.
새롭게 발령을 받아 간 곳은
2023년은 파이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힘이 빠지는 일도 어이없는 일도 많았어요.
여느 사람들과 마찰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 위치는 중간 관리자의 입장에서 관리자와 계원 모두의 입장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어요.
그리고 일이든 사랑이든 어떤 조건이든 깊이 오랫동안 파고 또 파고 파헤치기를 좋아하는 성격인데
발령받아간 곳의 일은 무수히 많은 가짓수의 일들을 빨리빨리 쳐내야 하는 일들이었어요.
'이렇게 그냥 넘긴다고? 여기까지만 알아보고 그냥 일을 진행시킨다고? 다른 기관에서 일 한 그대로 참고하고 우리 기관도 이유 없이 그 전처를 밟는다고? 말이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많은 가짓수의 일들은 순서를 기다릴 틈도 없이 물밀듯이 쌓여갔어요.
20세기 어디쯤에서 볼 법한 막무가내 기관장과 이보다 더 예민할 수 없음을 몸소 보여주는 관리자 그리고 중앙기관에도 소문이 파다한 조직 부적응자인 직원... 그 사이 틈 바구니에 껴 있다 보니 중앙기관을 나가서 조금 쉬면서 건강도 챙기고 일하라는 인사팀의 배려는 결과적으로 불구덩이 속에 밀어 넣는 결과가 되었죠.
'이 정도로는 부족해... 이건 규정을 더 찾아봐야 해... 차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성격과 버릇이 어디 가겠느냐마는 돌다리도 항상 두드리는 몹쓸 병과 특이한 성향인 사람들의 개성에 힘입어 2023년은 최악의 몸과 정신 상태가 되었어요.
'아...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무리겠구나...' 생각을 하고 난 후 대학병원의 교수님을 만나고 몇 년째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도 만나 몸 상태를 하나하나 체크하였고...
그리고 휴직을 결심하였어요.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인사팀에 휴직계를 내고 난 후 남아 있는 한 달간 차근차근 일을 정리했어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더 이상 일을 벌이지 않으려 애썼어요.
진행 중인 일을 후임자에게 넘겨주기보다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후임자가 직접 진행했으면 했죠.(이게 좋던데, 나만 배려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루하루를 버티는 심정으로 출근을 했고 빨리 한 달이 지나기를 기다려 드디어 출근 마지막 날이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