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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Sep 24. 2023

23.09.05 보름 만에 쓰는 일기

다이어트 재시작 6일 차, 암 진단 231일 차

한 두 달 만에 한 번 쓰기 일쑤다가 보름 만에 쓰니 주기가 짧아졌다고 해야 하나? 8월 말 이후 거의 보름 만에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오늘이 6일째. ‘포도’하고 있다..! 포도알을 하나 뜯어 스티커판에 붙이는 게 하루의 낙일 정도 ㅋㅋ


적게 먹으니 눈에 띄게 컨디션이 나아졌다. 한 시간 한 시간이 버티기 힘들고 집중이 안 되던 게 훨씬 수월해졌다. 내장 지방 같은 게 좀 빠진 걸까,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던 게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좀 쉬워졌다. 


생각보다 배고픔은 크지 않다. 물론 없진 않지만, 참을만한 정도다. 잊을만한 정도.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욕망과 중간중간 배가 주린 순간이 있지만 견과류를 추가해서 중간중간 먹어주면 버틸만한 정도다. 


나름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도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그럭저럭 만족감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6일 만에 저녁을 먹었더니 에너지가 몸에 남아있어서 집에 와 일기도 써본다. 아직 눈이 말똥말똥하고 배가 부르다. 저녁을 안 먹는 (abc주스라 쓰고 안 먹는다고 읽는..) 것에 익숙해졌나 보다 벌써. 


위 절제술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직 검증의 이주일의 반도 채우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만... 목요일에 세컨 오피니언을 위해 아버지 지인 분을 찾아가 보지만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 하지 않을까 싶다.


한 편, 다이어트를 위한 휴직의 필요성은 어떤가 고민이 된다. 지금으로서는 6:4, 7:3 정도로 하지 않는다 쪽이 더 우세한데,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이 될까? 앗싸리 집중을 해서 살을 빼고 오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고민이 된다.


TO가 안 뽑히는 게 정말 스트레스다. 지금 뽑으려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탐탁지 않은 것도 스트레스 요소다. 그나마도 2-3개월 후에나 올 것 같고. 하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없다. 


회사는 체계가 있는 듯 없다. 팀장님은 경험이 많고 아는 게 많은 듯 허술하다. 헐렁한 듯 꼰대다. 미묘하게 스트레스가 되는 구석이 있다. 제대로 가이드를 주지 않거나 미리 말을 하지 않으면서 나만 뭘 잘 모르는 사람처럼 나중에 와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근데 뭐, 상사가 다 그렇지. 이 정도면 양반이지. 그래도 나를 위해 외치자. 그러지 마세요! 미리 애초에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하던가!!


파트원과의 협업도 아직은 낯설고, 마냥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을 시키는 부분에서 아무래도 원래 동료 관계였기 때문에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천천히 나아져야겠지. 


일은 억지로 쌓아놓은 옷들처럼 처박혀있다. 이걸 해결하면 옆의 것들이 떨어지고, 저걸 치우면 위의 것들이 떨어진다.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게 아니라 순차적인 걸 수도 있는데, 그 간격이 너무 없다 보니 그냥 붙어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다. 아니면 내가 그 사이 간격을 만들어 쉬어야 하는 걸까? 그럴 정도의 업무 강도는 아닌 것 같다. 후임이 한 명 채워지면 모를까. 


끝이 없는 실타래처럼 쭉쭉 뽑히는 업무가 언제부터 이어져온 건지 모르겠는 느낌. 휴직을 하고 싶기도 한데 다가오는 론칭을 준비하는 업무를 내가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막상 휴직을 한다고 내가 그렇게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사 다닐 때보다 낫게 건강관리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가급적 회사를 다니면서 해보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이 복잡하구먼. 머리 한편에는 오늘 하다가 온 큰 로그 정의 일거리가 남아있다. 해야 되는데... 분석 일거리도 있는데.. 해야 되는데... 아 휴직을 해야 되나... 아니 그냥 이겨내야 되나...!!


모르겠다. 오늘은 그만하고 소설보다 자야지. 내일 포도 하나를 더 붙여야겠다.


오늘의 감정: 뿌듯함, 혼란, 의무감,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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