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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Dec 07. 2024

도라에몽 달아도 돼요?

응~ 돼~

우리 집과 회사는 모두 대학교 근처에 있다. 나는 서울 마포에서 나고 자란 터라 홍대는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였다. 자연스럽게 20대 대학생들의 패션과 유행을 접하고 보게 되는데 요즘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여기저기 내가 원하는 물건(특히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이다.  

내가 원하는 물건에 달고 다니는 키링

작년 키링 유행이 시작될 때는 '촌스럽게 왜 저래?'라고 생각했다. 사실 키링은 내가 중학교 때 유행했던 터라 그때 그 유행이 다시 돌고 돌아 2023년대에 다시 왔음을 인지하지 못했던 거였다. 이미 다 큰 어른이 되어 버린 나는 키링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사치로 보였다. 


하지만 자꾸만 눈에 띄는 키링이 달려 있는 가방과 와펜하우스, 아이돌의 키링구매 SNS를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생각보다 예뻐 보였고, 중학교 때 추억도 생각났고, 유행에 한번 따라가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만 하면서 홍대 키링상점에 몇 번이나 들어갔다 나왔다 했는지 모르겠다. 


평소 나는 소비를 즐겨하지는 않는다. 몇 년째 직장에 백팩을 메고 다니고, 화장도 안 하니 화장품도 안 사며, 신발도 운동화만 신기 때문에 비싼 구두를 살 일도 없었다. 내가 욕심 내는 건 맛있는 음식이나 읽고 싶은 책 정도? 그러니까 꼭 필요한 물건이나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돈만 썼을 뿐 '굳이 필요 없는데 그냥  마음에 들어서 사는 일'은 그야말로 '낭비'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유행을 30대 직장인 어른이 해도 되나 하는 내적갈등과 혼자만의 눈치보기가 한몫 거들었다. 


저번 토요일에 길을 가다가 일본 잡화점에 들렀다. 평소에도 특이한 물건들이 많이 보여서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잡화점이었는데 마침 세일을 한다고 쓰여있었다. 구경이나 해보자 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보다가 귀여운 키링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바로 초록 모자티를 입은 도라에몽 키링이었다.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마음에서 갖고 싶은 것! 내가 사치라고 여겼던 키링이 자꾸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손을 흔들기도 하고 내게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 나랑 같이 가자'

키링 하나에 29,000원이라는 금액이 좀 불편했지만 사기로 했다. 


돈을 지불하고 잡화점을 나오는데 내가 왜 고민을 했나 싶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180도 변하듯 잡화점을 들어갈 때 망설였던 마음과는 달리 흐뭇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바로 내 마음이 원했던 거였다. 물질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마음에서 필요했던 채움이었던 것이다. 


저걸 내가 사도 될까? 하는 나 스스로 만들어낸 눈치,

나이에 안 맞다고 생각할까? 하는 있지도 않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눈치

나 혼자 만들어낸 허상 같은 각종 눈치들을 냅다 버리고 나니 더욱더 도라에몽이 기특하게(?) 보였다.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라에몽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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