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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Dec 14. 2024

실수였을 뿐이야

그게 뭐 어때서?


저는 '덤벙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는 덤벙거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겼던 것 같아요. 당연히 실수도 많았죠.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저의 덤벙이 기질은 빛을 발합니다. 문서나 업무메일을 쓸 때도 오타를 남기고, 카톡을 보낼 때도 엉터리 맞춤법으로 혼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죠. 어른들께 혼나기도 하고 자책도 해봤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어요. 내가 왜 덤벙거리는지 알지 못했거든요. 이유를 모르니 당연히 고칠 수도 없었겠죠. 


당시 저는 뒤죽박죽한 생각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나만의 기준없이 여기저기 휩쓸리는 사람이었거든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만을 생각하는 산만한 정신머리가 습관처럼 제 인생을 지배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오히려 '꼼꼼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많이 바뀌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이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180도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요.  


실수가 많이 줄어든 이유는 바로 '버림과 정리'였습니다. 4년 전 직장과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면서 이직을 결심했어요. 공무원에게 이직은 큰 결정입니다. 공무원은 결혼이나 육아 같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아닌 이상 직장을 옮기지 않거든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타기관이 궁금해서' 이직을 하는 경우는 정말 정말 드물어요.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인공위성이라며 적응력 부족한 인간으로 낙인찍힙니다. 그래서 더욱 옮기지 못하는 것도 있죠.


당시에는 여기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직장을 나왔는데요. 몸도 마음도 스트레스로 꽉 차 있어 그냥 버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물건을 싹 다 버리고 카톡에 친구리스트도 50명 내로 정리했습니다. 버리고 정리하니까 머리도 맑아지고 얼굴도 밝아지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뒤죽박죽 했던 정신머리도 정리가 되니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실수가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죠. 


지금도 실수를 할 때면 물건을 하나씩 버립니다. 버림은 단순히 물리적인 정리가 아닌,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 낸 중요한 과정이었네요. 버림과 정리의 힘은 정말 강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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