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숲 재즈페스티벌 2일차 토요일
2017년부터 가을날의 낭만을 책임져온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이 2025년 제9회로 돌아왔다. 알찬 라인업과 SNS를 활용한 적극적 홍보와 소통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은 2025년 제 9회 “숲재페” 9월 20일 2일차를 톺아본다. 처음으로 만난 무대는 스텔라 장. 살랑이는 가을바람에 스며든 목소리가 더욱 달콤하게 들렸다. 장기인 불어를 살린 대표곡 ‘L'amour les baguettes paris’가 낭만적인 공기를 드리웠고 통통 튀는 감각적인 편곡의 빌런(Villain)도 인상적이었다.
“지명을 노래에 넣으면 꼭 거기로 이사하게 되더라고요” 웃음을 지은 그녀의 현주소는 서울숲 부근 성수동이라고 한다. 2025년 4월 정규 앨범 < STELLA 2 >에서 다채로운 음악색을 들려준 스텔라 장을 다시한번 공연장에서 만나고 싶다. 2023년에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페스티벌, 2025년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에서 만났으니 2027년을 기약해 봐도 좋겠다.
지난 5월 올림픽공원 일대를 가로지른 18인조 빅밴드 어노잉박스가 다시금 선셋 포레스트(Sunset Forest)와 디어 디어(Dear Deer)로 이동하며 퍼레이드 혹은 카니발의 흥겨움을 제공했다. “뿜빠뿜빠” 커다란 금관악기와 리더 조매력의 선창에 절로 몸이 들썩였다. 어노잉박스가 곧 국내 재즈 페스티벌의 시그니처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재즈 인스트루멘틀 집단 “비츠냅”이 기대 이상의 무대를 들려줬다. 실력파 베이시스트 이주원과 드러머 김영진이 이끄는 이 팀은 ‘월급 그리고’와 ‘낮술은 즐거워’처럼 곡명이 유쾌했다. 물론 실력만큼은 “진퉁”으로 타이트하고 복잡다단한 악곡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첩보 영화 사운드트랙을 연상하게 하는 ‘잠복근무’는 얼마 전 작고한 위대한 작곡가 랄로 시프린을 상기했다. 인지도가 더 쌓인다면 국내를 대표하는 인스트트루멘틀-퓨전 집단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상징물 사슴과 비눗방울이 사랑스럽고 동화적인 분위기 연출해서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 이 밖에도 서울숲 자체가 주는 시각적 측면에서의 이점이 축제장 전반에 관류했다. 확실히 음악 자체만큼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우연히 만난 선배 평론가는 “술 마시러 온다”라고 농을 던졌다. 감사하게도 감바스와 적포도주를 대접받았다. 진솔한 이야기와 술잔이 오가는 사이에 금세 날이 어둑해졌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추분(秋分) 언저리에 재즈가 깊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경력만큼이나 다방면으로 뛰어난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은 토요일 헤드라이너로 적격이었다. 마찬가지로 걸출한 연주자인 부인 레니 스턴, 폴 사이먼과 협업했던 색소포니스트 밥 프란체스키니(Bob Franceschini)과 함꼐 연단 위로 오른 그의 플레이엔 테크닉과 필링이 공존했다.
부인 레니 스턴이 지은 ‘Like a Thief’와 프란체스키니의 색소폰이 활약한 ‘Tumble Home’, 팻 매스니 분위기가 물씬 난 ‘Wishing Well’ 에선 주로 섬세하다가도 무릇 격정적인 피킹을 선보였다. 피날레로 지미 헨드릭스의 ‘Red House’를 선택하며 로커의 아우라까지 드리웠다.
재즈 역사의 게임 체인저 마일스 데이비스와 일본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키미코 카사이, 시카고와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재즈 록 밴드인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스 등 엄청난 협업 목록을 지닌 그의 어마어마한 경험치와 숙련도, 대양(大洋)처럼 넓은 음악 언어를 한데 흡수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