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동교 Dec 30. 2023

비욘세에 관한 단상

영화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2023)를 보고

비욘세는 호감 가수였다. 차고 넘치는 카리스마와 실력이 프로페셔널의 표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큰 감흥이 없었다. 개인 취향으로 ‘Crazy in Love’와 ‘Irresplaceable’은 좋았지만 또 ‘Halo’나 ‘Listen’, ‘Single Ladies’는 아쉬웠다. 곡들이 가진 힘은 알지만서도 말이다. 즉 비욘세 싱글은 나에게 일관적 매력을 갖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음반 단위로도 손이 안 갔다. 수록곡 중에 분명 멋진 작품들이 많았을텐데 말이다. 그러다 2013년 ‘Partition’과 ‘Superpower’가 수록된 <Beyonce>를 들었다. 내가 생각한 ‘Baby Boy’의 비욘세가 아닌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형태였다. 피처링 아티스트 션 폴과 프랭크 오션의 간극이 있지만 비욘세의 통제력은 같았다.


3년 후 <Lemondae>는 더 놀라웠다. 각각 잭 화이트, 제임스 블레이크, 켄드릭 라마와 함께한 ‘Don’t Hury Yourself’와 ‘Forward’, ‘Freedom’에서 비욘세의 도전 정신을 감지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 90년대 알앤비를 구사했던 사람이 온갖 재료가 혼재된 2010년대의 음악에까지 손 뻗는 작가주의의 발로였다.


처음부터 상업적 성과에 덜 신경 쓰고 자기가 하고픈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면 모르겠지만 비욘세라면 얘기가 다르다. 늘 슈퍼스타였고 미디어 관심 세례 받는 가수였다.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가 떠올랐다. 그런데 프린스의 ‘Soft and Wet’(1978)과 ‘Housequake’(1987)보다 ‘Naughty Girl’(2003)과 ‘Diva’(2016)의 변화폭이 더 크게 느껴진다.


신보 <Renaissance> 도 하우스와 디스코 등 예전 음악에 현대적 텍스처를 더한 형태지만 새 영지의 깃발꽂기 측면이 놀랍다. 청각적 쾌감이 두텁고 음악 전반에서 강한 자존감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2010년대 이후 비욘세 음악은 계속 따라부르게 되는 노래는 드물되 자꾸 손이간다. 2시간 50분에 달하는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가 지루하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간접 콘서트로 아티스트의 가장 밀도 높은 순간을 공유했다.

작가의 이전글 50년 전 과거로 음악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