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Mar 06. 2023

보통의 사람

  

스스로 

고민 상담소, player ID 김소연 32Lv.


    


  인생은 게임과 비슷하다. 모든 사람은 가장 낮은 레벨인 신생아부터 시작한다. 신생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배고플 때 음식을 찾아 먹을 수도, 화장실이 급할 때 두 발로 일어나 변기에 앉지도 못한다. 아이템 창도 텅 비어있다. 위험한 세상 속 손에 쥔 무기는 오직 ‘울음’뿐이다. 


  대신 게임의 기초를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길다. 혼자서 삶을 플레이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자가 곁에 머문다. 보호자는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규칙을 가르쳐준다. 그동안 안전하게 ‘성적’, ‘건강’, ‘성격’, ‘친구’ 등의 다른 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데, 성장하는 동안 실수로 좋은 무기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모든 튜토리얼은 끝이 있다. 튜토리얼이 끝나면 실전이다. 보호자에게서 독립되는 순간부터 삶이란 거대한 게임 속 수많은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된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인데도 어떤 이는 며칠 만에 높은 레벨에 도달한다. 또 다른 이는 아이템을 쉽게 선물 받으며, 타고난 재능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인기를 얻는다. 우리 그들을 보며 나 역시 ‘누군가’가 되기를 열망하게 된다. 


  고등학생 때 즐겨 보던 잡지의 한 인터뷰 기사가 기억난다. 인터뷰이는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one of them’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고. ‘나’라는 사람을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지만, 많고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했다.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게임처럼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언제나 주인공이었다. 단 한 번도 ‘지나가는 사람 1’인 적이 없었다. 요즘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지나가는 사람 1’이라는 배역을 얻기도 참 힘든 세상이다. 보통을 유지한다는 건 평형대 위에서 양팔을 움직이며 평행을 조절하는 일만큼 까다롭다. 


 체중이 더 늘지도, 더 줄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내 하루가 기쁨으로 넘치지도, 슬픔으로 가득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행복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불행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잠을 너무 많이도, 너무 부족하게도 자고 싶지 않다. 


“2023년 목표가 있나요?” 

아는 선생님이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이전글 물때를 외면하고 살고 싶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