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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로미 Jun 14. 2023

넘어진김에 쉬었다가자

Ep09. 좋아

며칠 아프던 여자가 다 나았다.

아침부터 뚝딱거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일을 하고 있다아프더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버린것 처럼 생기있아보였다.

함께 걸었고 돌아와 엄마가 만들어놓고 냉동해주셨던 호박죽을 함께 먹었다


“아 정말 맛있다“

그리고는 우리는 함께 이달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시 세워봤다. 벽에 붙였다 오른쪽이 여자의 계획이고 왼쪽이 내것인데 붙여둔 글씨체만 봐도 우리 성격은 정 반대다.


온종일 일을 참 열심히 하다가 지루해질때 쯤이면 엄정화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가 3시에는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을 먹는다. 왜 이걸 이른저녁이라고 부르게 되었는가 하면 6시에 요기를 가야하는데 그 전에 어느정도 소화를 시켜야헤서 그렇다. 4시에 먹기로 했는데 배고파서 3시에 먹었다.

아보카도 간장 계란밥이다


오늘은 얼마나 또 힘드려나!


빈야사 요가를 하는 날 이었는데 매번 갈때마다 새로운 형태로 미치도록 힘들다


“우리 오늘은 뭐 사먹고 갈래?”

“좋은 생각이다”

“뭐 먹을래?”

“삼.겹.살”


나도 냉동 대패삼겹살이 먹고싶었는데 여자도 그렇다 했다. 돼지고기가 그리 잘 받지는 않는 몸이라더니 나와 운동이 끝나면 그렇게도 돼지고기를 찾는다


고깃집으로 걸어가는길이 다리가 멋대로 움직인다. 트럭에서 체리 한팩을 사서 걷다가 닭갈비집을 보고는 삼겹살을 버리고 닭갈비2인분을 주문해서 볶음밥 까지 먹다가 남은밥은 잘 포장해왔다.


나간김에 마트도 들렀다. 고구마칩을 꼭 안고, 멋대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면서 눈으로는 치킨집을 구경하느라 걸어가다 보도블럭에 넘어져서 팔목에 피가 조금 났다


스스로가 어이없어서 바닥에 넘어진채로 웃느라 일어서질 못하겠는데 여자가 괜찮냐고 물었다


”나 너무 힘든데 넘어진김에 조금더 앉았다 가자“

”그래 좋아“


우리는 저녁 10시에 치킨집 건너편 길가에 대충 주저 앉아 치킨집 간판을 구경했다


”언니 다행이다 어디 부러진건 아니라서, 상상만해도 끔찍하네 다쳐서 요가 못하면 집에서 우울해 할거잖아“

”어 맞아 다행이야”


집에와선 둘다 샤워하고 나와 누워서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인스타그램만 보고 있다. 우리의 컨디션은 거의 같다. 같은걸 먹고 비슷한 시간에 자고 같은 운동을 하고 같이 살찌고 고기가 필요한 날도 같으며 피곤한것도 똑같아졌다


같은 음식을 해먹으면서 내 시골집에서 우리 둘이 꼭 숨어 지낸지 이제 10일차가 넘었다. 싫어하는걸 모조리 없애버린 삶! 참 좋다


넘어지면 그 김에 쉬어가버리고, 최대한 원하는것만 보고 듣는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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