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치는 딱따구리]
키보드 치는 딱따구리는 누군가 나에게 지어준 별명이 아니라
회사에서의 내 모습을 보고 나 자신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왜 키보드 치는 딱따구리냐면 매번 나무에 머리를 박는 딱따구리의 모습이
회사에서 맨 땅에 헤딩하며 일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느끼기에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며,
모든 업무가 어렵고 버겁게만 느껴지는 탓에 자신감이 떨어져 나에게 이런 별명을 붙인 이유도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상사에게 혼이 나는 것보다도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나 자신이 나 자신을 깎아내릴 때 점점 더 작게만 느껴지고, 더 초라하게 느껴지곤 한다.
누구 하나 나의 업무 실수에 대해서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더 크게 자책하고 이 일과 나는 맞지 않는다고 단정을 지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자신을 깎아내려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듣는 상사의 질책은 나의 마음의 확신을 가져온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라고
그럼에도 내가 키보드 치는 딱따구리라는 별명을 나 자신에게 지은 것은,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귀여운 별명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기똥차게 일을 착착 잘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일을 해내기 위해서 얼마나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며 그래도 잘 끝내 놓는 모습이 나 자신에게 기특할 때도 있다.
어느 순간 항상 자책을 하고 있는 내가,
점점 자존감을 깎아만 내리고 있는 내가 불쌍했다.
누구 하나 나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할 텐데, 회사에서 나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무엇일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 만큼은 나를 절대 깎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에서 혼 한번 나 보지 않고 항상 완벽하게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질책 한번 듣지도 않고 높은 직급에 올라간 사람은 또 어디 있는가,
그 질책의 아픈 말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말의 뜻을 혼자 해석하며
나 자신이 나를 깎아내리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나무에 머리를 박으며 열심히 일을 끝낸 것인지 알아줄 사람은
열심히 머리를 콩콩 찧어댄 나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키보드 치는 딱따구리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제 일을 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