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치는 딱따구리]
선배님처럼 일하고 싶지만 선배님처럼 살고 싶진 않아요
"선배들처럼 일하고 싶지만 선배들처럼 살고 싶진 않아요."
이 말은 실제로 회사에서 진행한 회의 중 내가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나보다 입사도 늦고 관련 업무를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을 완벽하게 척척해내 존경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 사람들도 있고,
직급은 높고 나보다 월급도 훨씬 많이 받고 있지만 도대체 회사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후자로 느껴지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4시간도 넘게 걸리는 일들을 지금까지의 노하우와 자동화된 업무방식으로 30분도 안되어 뚝딱 일을 처리해버리기도 하며.
이 사람은 백과사전인가 싶을 정도로 모르는 것이 없고 막히는 것 없는 업무 진행방식을 보다 보면,
당연히 존경심을 가지게 만드는 분들과 나는 일하고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월급에 문제를 떠나 회사생활 내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또 다른 힘을 가지게 만든다.
일 잘하는 것과 힘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물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일을 잘하면 직급을 막론하고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하급자 또한 그 도움에 대한 대가로 신뢰 등을 얻으며 하급자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치를 가지게 된다.
나는 그런 분들과 매일 일하고 있고,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는 회사생활 개선과 관련된 회의에서 "선배들처럼 일하고 싶지만 선배들처럼 살고 싶진 않아요."
라고 말했다.
나는 선배들의 일의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컴퓨터 도구 사용 능력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 이 말은 정말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들의 삶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새벽 2~3시까지의 업무, 가정에 대한 포기, 현재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내가 본 선배들의 모습은
일의 전문성과는 별개인 다른 무언가였다.
회사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하기 싫은 것을 반복하지 않고 어찌 일만 잘할 수 있겠냐마는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랬다.
인생의 롤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 회사의 모든 사람을 찾아봐도 나는 내 삶의 롤모델을 회사 내에서 찾진 못했다.
우리 회사 선배들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고 있을 수도 있으며, 그만큼 일을 해야 하는 목적과 뚜렷한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분명히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목표가 다를 뿐인 것이다.
나는 혹시나 내가 한 말이 실수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회의가 끝나고
몇몇의 선배에게 찾아가 이런 말을 한 것이 맞은 일을 한지 모르겠다,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는 자기 또한 그런 생각을 과거에도 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회사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선배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음에도 아직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 놀라웠고,
또 그렇다면 나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이 모든 것의 문제는 "나는 왜 일하는가?"에서 나오는 문제에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싶어서", "안정적인 직장이라" 등 여러 가지 답변이 있겠지만,
이 방법은 회사 외에서도 충분하게 어쩌면 더 큰 만족을 이룰 수 있는 것이기에 만족할 만한 답변이 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왜 이 회사에서 이 업무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나에게 물어야만 한다.
그 해답이 내가 회사생활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적당한 워라밸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는 일의 대해 더 전문적으로 파고 만들 수도 있다.
훗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업무적으로도, 삶에 있어서도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