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정도 받아오던 필라테스 피티를 코로나 때문에 3주 쉬었더니 몸이 점점 퇴보하는 것 같아 선생님께 줌으로 레슨을 받아보겠다고 제안했다. 운동을 하고 싶어서가 첫번째 동기. 체육활동 1:1 원격수업 경험이 궁금해서가 두번째 동기. 내가 갖고 있는 소기구들 사진찍어서 보내드리고 이 기구들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드디어 오늘 줌으로 피티를 받았다. 그 후기.
* 일단 그동안피티를 받아왔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렇게 하세요" 할 때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리로는ㅋㅋ] 알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내가 무엇을 잘 못하고 어느 근육이 약하고 무엇을 더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괜찮았다.
*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일단 추운 날 아침 일찍 2키로를 뛰어서 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고, 왔다갔다 시간이 추가로 들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운동 전후 커피를 마시는데 그냥 집에서 내려 마실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마스크 안써도 돼서 좋았다.
* 비디오 보고 하는 홈트를 나도 많이 해보았지만 홈트로는 근육통이 생기거나 땀이 비오듯 흐를만큼 할 수 없다. 그리고 재미도 없다. 그런데 줌 피티는 정말 땀이 비오듯 줄줄 흐르고, 몸이 후들후들.. 스키시즌 첫 스키 탄 것 마냥 온 몸이 쑤시고 몸살이 나는 것을 보니 레슨비가 안아깝다
사실 선생님과 대면으로 할 때 보다 좀 더 빡셌다. 그 이유는 내 팔과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화면으로 잘 보이지 않아서 선생님이 눈치없이 막 빡세게 시키셨다 ㅎㅎ
* 무엇보다 넘 재미있었다. 빡세기도 했지만, 두 사람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운동을 한다는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모른다. 특히 resistance training은 혼자서는 *절대* 동기부여가 안되는데 옆에서 누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이렇게 소리쳐주면 눈물을 머금고 해낼 수 있다는게 나는 너무 신기하다. 오늘 내가 학생이 되어 실험을 해본 결과 줌으로도 그런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줌으로 레슨을 받을 때 더 잘되는 자세가 있고 더 잘 안되는 자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런지 같은 것은 비틀비틀 자세가 흐트러지기가 쉬운데 이런건 줌으로 하기 더 어렵다 (힘들면 자세가 그냥 마구마구 무너져서). 반면 브릿지 같은 것은 힘들어도 안정적인 자세로 할 수 있고 화상으로도 흐트러진 자세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줌으로 하기 더 좋은 운동 같다.
* 코로나가 풀릴 때 까지 주 1회 이렇게 레슨을 받기로 했다. 우리 집 애들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이녀석들이 부끄럽다며 방에 들어가서 안나온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교수학습원리는 무엇일까? 고민을 하며 성적마감 하자마자 다음학기 원격수업을 계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