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냐 생방이냐 과제냐? 를 놓고 많은 교수님들께서 고민을 하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모두 다" 하는 것이 좋다. (이하는 코로나 영향으로 원격교육을 하는 특수한 상황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매번 줌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을 하면 안되는 이유: 학생들이 싫어한다. 학생들은 녹화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이전에도 얘기했듯이 수업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듣는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녹화강의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녹화를 선호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 말도 믿으면 안된다. 학생들은 단지 교수가 물어본 그 순간에 녹화를 선호할 뿐이다. 정작 녹화 강의를 봐야할 땐 또 싫어한다. 자기결정권이 너무 많아서 자꾸 다른, 더 선호하는 활동(예: 인터넷검색하기, 놀기, 게임하기 등)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해주는 팀스 연수를 신청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걔네는 연수를 녹화방송으로 하는 주제에 실시간으로 한다. 즉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녹화방송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녹화영상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미리 싸인업을 해야하고 그 날짜, 그 시간에 맞추어 입장해야 하고, 잠시 화장실 다녀오면 지나간걸 다시 볼 수가 없게 해놓았다. 그런데 내가 정말 원하고 필요해서 받는 트레이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맞추기가 보통 불편하고 힘든게 아니다. 그리고 한시간 짜리 수업이고 최고의 강사가 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한시간 동안 앉아서 영상 보는게 불가능했다. 왜케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고, 주문해야 할게 생각이 나고 그러는지. 나도 이런데 학생들은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학생들 중 강의를 정말 목말라하며 필요해서 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 그냥 졸업하기 위해 들을 뿐이다. 그래서 강의는 이미 강제성을 갖고 있다. 이미 강제적인 강의를 매번 생방을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그리고 매번 생방으로 교육을 하는 것은 원격교육의 본질을 저해한다. 학생들이 생방을 싫어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그런 본질의 저해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발적 모임에는 해당 안됨)
그렇다면 매번 녹화수업?
매번 녹화수업을 하면 안되는 이유: 상호작용도 없고, 다이나믹 하지도 않고, 너무 길다. 즉, 재미없다.
녹화방송은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자기결정권(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을 준다.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다. 대학 공부는 어느정도의 강제성이 있어야 열심히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녹화수업은 그런 강제성이 너무 적다. 특히 녹화 수업 외에 다른 과제를 주지 않을 경우 학생들은 강제성을 시험때만 느낀다. 그래서 안보고 밀리다가 나중에 급해지면 한꺼번에 몰아서 보게 된다. 교육자는 못 하는 학생, 동기부여가 안되는 학생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하지 않고 지도를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학생에게 녹화만으로 강의를 주는 것은 이런 학생들까지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교육은 오히려 잘 못하고 못 따라오는 학생에게 더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번 녹화수업을 하는 것은 교수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과제 제시형은 어떤가?
매번 과제 제시형을 하면 안되는 이유: 학생들 불만 폭발해서 등록금 돌려달라고 할 것이고 교수는 채점하다 조기사망.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섞어서 주는게 좋다.
한 달이 4주 라면 그 중 생방은 한번, 녹화는 두 번, 과제는 한 번 이런식으로. 생방만하면 부담된다고 불만. 녹화로만 주면 재미없다고 불만. 과제로만 주면 등록금 아깝다고 불만. 그런데 희한하게 이 세가지를 다 섞어서 하면 불만이 줄어든다. 녹화강의는 시간 맞추는 부담이 없어서 좋아하고. 어쩌다가 생방하면 재밌어서 기대를 하고. 어쩌다가 과제 주면 들어야하는 강의 없어서 좋아하고. 그러다가 다시 녹화강의를 주면 과제 부담 없어서 좋아하고. 생방하면 친구들 만날 수 있어서 기대하고. 이런 순환이다. ㅎㅎ (생방은 자주하면 안좋지만 가끔하면 학생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또 그렇게 터치베이스 해야 중도낙오자가 안 생긴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한달치 수업 계획을 (마치 내일 당장 하는 강의처럼) 매우 세세하고 촘촘하게 미리 짜놔야 하고, 학생들에게도 매주마다 향후 2-3주치 스케줄을 자세하게 다 안내를 해야하는 수고가 있다. 그리고 내 강의 스케줄, 녹화 스케줄, 채점 스케줄이 복잡하고 빡빡해서 하루에도 캘린더를 수십번을 확인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학생들 헷갈려하지 않게 적어도 주 2회(생방 수업 전날과 당일 혹은 과제마감 전날과 당일) 학생들에게 리마인더 카톡을 날려줘야 한다. 한마디로 일은 산더미 같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반응이 좋다.
다만, 학생들이 언제 실시간 강의이고 언제 녹화강의인지 등 헷갈려 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공지를 해주고 리마인더를 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더 자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되어 나는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나보지도 않은 학생들이지만 대면강의를 할 때 보다 더 친해진 학생 수가 많다.
결론은,,
무엇이든지 매번 똑같고 예측 가능하면 금방 재미없어지고 학생들이 수업을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나는 학생들이 매번 내 수업을 기대하고 오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수업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내가 대학 다닐 때 강의가 다 너~~무 재미없어서 괴로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방법이야 어떻든간에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막 공부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수업을 만드는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