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봄을 생각해 봄

봄에는 여러 가지 봄이 있습니다.

by Olive

I just try to live my life and do my thing. -Robert Mapplethorpe-


봄 봄 봄, 봄이 한창이다. 추웠던 겨울이 다 지나가고 어느덧 미국에도 봄이 찾아왔다. 벚꽃이 활짝 핀 걸 보니 봄이 확실하다. 한국에 있을 땐 사계절 가운데 가을을 제일 좋아했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었던 나로선 봄의 황사가 썩 반갑지 않았다. 봄이 좋다가도 봄에 부는 황사로 인해 가끔 괴로울 때가 있었다. 가을 단풍이 봄의 꽃만큼 정말 아름다운 우리나라. 황사가 없는 가을이 봄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은 다시 봄이 제일 좋다. 미국에는 황사가 없고 가을에는 한국과 달리 예쁜 단풍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의 최고 계절은 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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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명사 봄


봄은 명사로 세 가지 의미(표준국어대사전)가 있다.

1.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첫째 철. 겨울과 여름 사이이며, 달로는 3~5월, 절기(節氣)로는 입춘부터 입하 전까지를 이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꽃 피는 봄이다.
2. 인생의 한창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인생의 봄. 그는 장가를 가더니 봄을 맞이했다.
3.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고된 시련이 있은 다음에는 희망찬 봄도 있겠지.


이 중에서 나는 두 번째 봄을 생각해 보고 싶다. 내 인생의 봄은 언제였을까? 어릴 적 꿈인 선생님이 된 이십 대엔 그때가 봄이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삼십 대엔 그때가 봄이었다. 미국으로 이사를 와서 맞은 사십 대. 사람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가족 중심적으로 사는 삶, 지금도 봄이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은 늘 봄이다.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봄일 것이다.


# 동사 '보다'의 명사형 봄


우리말의 동사 중 '보다' 만큼 다양한 의미를 갖는 낱말도 많지 않을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무려 26가지나 된다. 신호등을 보고, 영화를 보고, 신문을 보고, 맞선을 보고, 집을 보고, 사정을 보고, 관상을 보며, 시험을 본다. 소변을 보고, 이익을 보고, 장맛을 보고, 장점과 단점을 본다. 정말 많이 보고 보고 본다.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 스물여섯 번째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26. (주로 ‘보고’ 꼴로 쓰여) 무엇을 바라거나 의지하다. '사람을 보고 결혼해야지 재산을 보고 결혼해서야 되겠니?'와 같이 쓰일 수 있다.


왜 이 의미가 가장 마지막에 제시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불혹의 중반에 서서 다시 맞은 봄에 '무엇을 바라거나 의지하다'의 뜻이 그중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올 뿐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보고 살아왔는가? 앞으로 나는 무엇을 보고 살아갈 것인가?


# 동사 '해보다'와 보조 동사 '해 보다'의 명사형 봄


'해보다' 또는 '해 보다'의 명사형으로도 '봄'이 들어간다. 두 말은 띄어쓰기만 다를 뿐이지만 의미의 차이가 매우 크다.

1. '해보다'는 동사로 '대들어 맞겨루거나 싸우다'라는 뜻이다. '어디 한 번 해보겠다고?'와 같이 쓰일 수 있다.
2. '해 v 보다'로 쓰는 경우 보조 동사가 되며 '어떤 행동을 시험 삼아 한다'는 뜻이 된다. '생각해 보다', '먹어 보다'와 같이 쓰인다. 본용언과 보조용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로 띄어 씀이 원칙이지만, '생각해보다', '먹어보다'로 붙여 씀도 허용한다.


'해보다'보다는 '해 보다'의 의미에 주목하고 싶다. '어디까지 해 봤니?'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다. 노력, 어디까지 해 봤니? 운동, 어디까지 해 봤니? 사랑, 어디까지 해 봤니? 등등. '해 보다'에 의미를 둔 말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를 강조하는 말로 들리는 건 기분 탓인가.


굳이 어디까지라는 상한선을 정해야 할까? 그냥 해 보면 안 될까? 어디까지를 설정해 놓지 말고 그냥 한번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것저것 그냥 해 보면 어떨까? 그러다가 내 맘에 쏙 드는 일을 만날 수도 있고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어디까지라는 목표가 없으면 도전해 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해 보는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귀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해 보기 전 어디까지를 먼저 생각해 본다면 너무 부담이 크진 않을까? 어디까지를 정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해 보는 경험이 쌓이면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좋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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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봄

돈보단 사람을 봄

하고 싶으면 그냥 해 봄


이 좋은 봄에 여러 가지 봄 봄 봄을 생각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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