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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 Apr 23. 2021

02. 디자인은 타이밍

21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

디자인 농사일기 02.
디자인은 타이밍 ~21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


이번 글에선, 디자인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프로젝트를 소개해 볼까 한다.








때는 2018년. 한국 관광 기념품 공모전 개최 소식을 보고 친구와 함께 참가하기로 했다. 한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제로 선정 가능. 이 자유롭지만 넓은 선택지 덕분에 친구와 나는 주제를 정하는 것에 꽤나 애를 먹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디자인 회사 '넨도'가 어떻게 풀어나갔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머리도 식히고 자료도 찾을 겸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적이다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우연히 집어 든 책 속에서 나는 아래와 같은 문장을 운명과도 같이 마주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것' 보다 '못생겼지만 귀여운 것' 이 기억에 남는다.


문장을 보니 갑자기 아! 이거다 하는 느낌으로 마음속 어딘가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귀엽게 만들까 생각하다가, 역시 귀여움을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동물'이라는 생각으로 한국과 관련된 동물을 죄다 찾아봤다. 상상의 동물 해태부터 사방신, 동물 모양의 유물들 까지. 그러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낸 것이 '십장생'이었다. 십장생은 불로장생과 만수무강의 뜻을 가지고 있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기분이 들고, 동물부터 자연물까지 다양한 도상이 존재하여 여러 가지의 디자인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우리는 테이블 매트를 제작하려고 패턴을 그려 패브릭에도 뽑아보고, 와펜 뱃지를 제작하기 위해 견적을 알아보러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그러나 공모전 측의 크기 제한과 높은 제작단가, 제작기간의 촉박함 등의 이유로 좌절되었다.








제21회 한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아이디어 부분이 추가되어 실제작 여부에 상관없이 디지털 이미지로만 참여가 가능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을 많이 보낸 터라, 우리는 전략을 조금 바꾸어 아이디어 부문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실물 제작 기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셈!! 마음을 비우고 요즘은 어떤 굿즈를 많이 제작하는지 둘러보다 금속 뱃지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디어 부문으로 제출할 것이지만, 추후 제작해 보고 싶었던 우리에게 '금속 뱃지'는 아래와 같이 '공모전'과 '실물제작' 두 가지의 상황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적합성을 보여주었다.


 와펜 배지처럼 안쪽으로 말리거나 너덜거리는 현상이 없음 

오염에 강함

기념품으로 제작하였을 때 사람들이 구입 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기 좋은 크기

금속이기 때문에 단품으로 제작하여도 퀄리티가 나옴

그래픽 작업이 와펜보다 수월함








금속 뱃지를 위한 디자인


그래서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십장생도를 귀엽게 디자인하여 금속 뱃지를 제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열심히 디자인 시안 짜내기!! 








 제출했던 최종본. 보여줄 것만 확실히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리고 몇 주가 흘러..... 









2018.8.30~9.9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ddp) 배움터 둘레길 B2~1F 에서 전시되었던 수상작들.


장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어떤 분께서 sns에 수상작들을 퍼가주셔서 우리의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귀엽게 봐주셔서 뿌듯했다.







펀딩 무산...!


그리고 약 1년 뒤, 디자인을 조금 더 다듬어 텀블벅을 통해 실물제작을 추진했었다. 로고도 직접 그렸다. 그러나 10개가 되는 종류를 모두 제작함에 있어 펀딩금액은 몇백만원이 되었고 (상금이었던 50만 원을 보태도 한참 모자랐다.) 결국 펀딩금액 미달로 무산되었다. 









왼쪽) 3d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디지털목업 퀄리티를 높혔다.




이후에도 십장생도 뱃지의 근황을 이메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종종 계셨고 한국관광공사 측에서도 꾸준히 관련 정보들을 보내주시곤 했지만, 삶이 바빠 우리의 십장생도 뱃지 여정은 이쯤에서 막을 내렸다. 



되돌아보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모두 '타이밍'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공모전이 열린 2018년에 금속 뱃지 열풍이 불었었고, 펀딩을 계획한 2019년에는 열풍이 사그라들었을 때였다. 만약 수상 직후 바로 펀딩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했지만, 그 이상의 후회는 없다. 어떤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으며 디자인 실력을 또 한 번 갈고닦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나오진 못했지만) 한 가지의 디자인 결과물이 실물로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몸소 겪어보았으며, 함께한 친구와는 또 한 번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책 속의 한 문장이 디자인을 이끌어 내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되었다는 점이 아직도 신기하다.



여러 의미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중 하나인 십장생도 뱃지 프로젝트. 디자인은 언제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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