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모험, 드라마, 판타지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127분
개봉일 : 2013.01.01
주연 :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한 소년의 표류를 통해 인생을 보여주는 이안 감독의 명작.
이야기는 액자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른이 되어 종교학에 몸 담고 있는 파이, 그리고 그에게 자문을 구하러 온 소설가가 있다. 그리고 파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때때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가 파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가 해주는 이야기가 진짜인지는 오직 파이만이 알 수 있다. 그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번째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호랑이와 함께 표류했던 이야기이다. 두번째는 동양인 선원, 어머니, 주방장, 파이 넷이서 표류했던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 중 일본 선박 직원들은 두번째 이야기를 택했다. 하지만 영화 속 파이는 대놓고 대사에 이렇게 말한다.
"신의 존재도 믿음의 문제죠."
"스토리가 해피엔딩이냐구요? 이제 그건 당신한테 달렸어요."
영화 속 모든 표류 장면들은 파이의 주관적 시선으로만 처리되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으니, 영화를 보면서 '믿음'이라는 이름의 선택에 놓이게 된다.
영화의 키워드가 될 만한 비유들은 초반부에 많이 설명되었다. 어린 시절 파이는 온갖 종교들을 믿곤 했는데, 이는 곧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이라는 가족들의 놀림을 받았다. 게다가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말하며 종교가 아닌 이성(reason)을 믿으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믿음이란 곧 '주관적 이성의 성립'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영화 속에서 성당에서 만난 신부님에게 "왜 신이 당신의 아들을 인간들에게 보냈죠?"고 어린 파이가 묻는다. 그러자 신부님은 "그건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건 그 분이 우리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이지."라고 답해준다. 이것은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무교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엉뚱한 답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사람마다 제각각 옳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판단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로 객관적일 수 없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파이 또한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이성'에 의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신부님께 끝없이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