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곱단이 Feb 22. 2021

어느샌가 늘어있다

꾸준함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한 달 쯤 전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무예를 언젠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하다가 실천에 옮긴 건 처음이었다. 어색함이 조금 가시는 듯 하다가도, 주먹질이나 발길질 여전히 낯설다.


오늘은 사범님이 신호를 주시는 대로 주먹을 치는 연습을 했다. 왼손을 들면 원, 오른손을 들면 투라는 말씀에 따라 열심히 미트를 쳤다. 뭐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온 힘을 다 하는 성격이라 소리가 울려퍼지도록 힘껏 쳤다.


신호에 맞춰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게 꼭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 기분이 나쁘거나 한 건 절대 아니었고, 오히려 시키는 대로 열성을 다 하는 나를 약간 뿌듯해 하시는 사범님 눈길에서 그런 걸 더 느꼈다. 강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씀 드리니 조금 당황하신 듯 했다.


그래도 강아지는 간식이 있어야 이런 걸 하지 않느냐고 사범님이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라고 얼른 맞장구쳤지만 사실 운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 있다. 운동을 한 날마다 달력에 스티커를 붙이고 메모를 한다. 운동을 죽어도 하기 싫은 날에는 그동안 노력한 나를 보며 다시 다짐을 되새기고 포기하지 말자고 한다.





태권도를 배우면 좀 더 자신감 넘치고 뭐든 할 수 있는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차오르지만, 역시 남자들한테는 못 당하겠구나 싶다. 아무리 힘을 길러도 초중학생 남자애들보다도 약한 존재라는 걸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자꾸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강아지까지 생각이 닿아버렸나 싶다. 그래도 여기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범님은 1년 정도 다닌 여성 회원 분에게 처음보다 많이 늘었다고 하셨다. 그 분은 초창기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안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는데 지금은 파워도 있으시고 멋진 폼도 갖추셨다.


하다 보면 어느샌가 늘어있다. 사람이 다 그렇다.



사범님이 내뱉으신 말씀이 처음치곤 잘 한다는 말보다 더 와닿았다. 의심이 많은 성격과 겸손한 성격 사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칭찬보다 저런 말이 더 힘이 된다.


어른이 되고 나서 무언가를 배우러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1년 이상 꾸준히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 당장 아주 즐겁지는 않지만, 시작하지 않았던 시절보다는 나은 것 같다. 지금은 모르던 것들이 나중에 어느샌가 보이게 될 거라고 믿고 더 해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