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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의 사기꾼 Nov 18. 2020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이유

길에 사는 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면 고양이가 점점 더 많아질까? 길고양이는 우리 동네를 더럽히고 시끄럽게 하는 말썽꾸러기일까? 오늘은 길고양이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줄게.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릴 수 있을 거야!(<어린이 동산> 2020년 6월호)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밥을 먹어야 TNR을 할 수 있어


“야생 고양이한테 왜 밥을 주는 거예요? 밥을 주니까 고양이가 더 많아지잖아요!”

가끔 길고양이들에게 물과 사료를 줄 때 못마땅한 얼굴로 볼멘소리를 하는 주민들이 나타나곤 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 길고양이는 밤에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고 쓰레기봉투를 뜯어놓기 때문이래. 그런 고양이에게 밥까지 주면 더 많이 몰려와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거야. 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란다.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놓는 건 먹을 것이 없어서야. 원래 고양이는 작은 동물을 사냥해 먹고 사는 육식동물이지만 도심에서는 사냥을 할 수가 없어. 주택가 골목, 아파트 단지, 빌딩들 사이에는 고양이가 사냥을 할 만한 야생동물이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들을 뒤지며 먹고살 것을 찾게 된 거야. 그러니 매일 균형 잡힌 사료와 깨끗한 물을 주면 고양이들이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를 헤집어놓을 필요가 없겠지? 오히려 동네가 아주 깨끗해진단다.


밥을 주면 고양이의 수가 많아진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밥을 준다고 해서 고양이가 늘어나는 건 아니야.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생활하는 공간이 정해져 있어. 우리 동네에 10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다른 동네에서 5마리의 고양이가 몰려온다면? 원래 있던 고양이 가운데 5마리는 다른 영역을 찾아 이동한단다. 고양이는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자신의 공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습성이 있거든. 그러니까 갑자기 고양이 수가 마구 늘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중성화 수술을 위해 포획틀에 먹이를 놓고 고양이가 들어가길 기다려


길고양이의 삶은 아주 고달프고 힘들단다. 언제나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쌩쌩 다니는 자동차 사이를 오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병에 걸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나쁜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목숨을 잃기도 해. 고양이는 한 번에 5~6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이 중에 살아남는 고양이는 많지 않아. 비나 눈이 오면 피할 곳도 없고 한겨울에는 추위에 떨어야 하고 한여름에는 찜통더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환경에서 아기를 낳는다고 생각해봐. 엄마 고양이는 두 달 동안 임신을 하고 힘들게 아기를 낳지만 아기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하는데 또다시 임신을 하게 돼. 고양이는 1년에 두 번에서 네 번까지도 새끼를 낳거든. 이렇게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 몸은 점점 약해진단다. 


이런 이유로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고작 3년밖에 되지 않아. 보통 집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20년이니까,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살기 힘든 환경인지 알겠지? 그래서 나라에서는 길고양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서 TNR 사업을 하고 있어.

TNR은 포획(Trap), 중성화(Neuter), 방사(Return)라는 과정을 뜻하는 말이야. 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하고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국가사업이란다. 수술이라고 하니 무섭게 들리겠지만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니 안심해도 좋아. 중성화 수술을 하면 암컷 고양이들은 더 이상 발정 소리를 내며 울지 않고, 임신도 하지 않게 되지. 수컷 고양이들은 더 이상 영역 싸움을 하지 않으니까 큰 소리를 내며 싸우는 일도 없어져. 새로운 고양이가 태어나지 않으니까 원래 있던 고양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전체적으로 고양이들의 수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거지.


안전하게 포획된 고양이들은 이제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그런데 이런 TNR을 하려면 매일 사료와 물을 주는 일이 필요해. 중성화 수술과 밥이 무슨 상관이냐고? 일단 수술을 위해 고양이를 포획하려면 고양이가 평소에 어떤 길을 다니는지, 어디에 사는지 알아야 하겠지? 아무 데나 포획틀을 놓는다고 고양이가 알아서 ‘날 병원에 데려가라옹’ 하며 들어가는 건 아니거든. 매일 밥을 먹는 장소와 시간이 일정해야 TNR을 위한 포획을 할 수 있어. 또 너무 어리거나, 임신 중이거나 젖먹이 아기를 키우는 고양이는 수술을 하면 안 되니까 평소 고양이들의 상태를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해.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방사되면 안 되니까 역시 동네 고양이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겠지? 그래서 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챙겨주며 보살피는 캣맘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단다. 


그렇다면 중성화 수술을 다 하고 나면 밥을 줄 필요가 없을까? 그렇지 않아. 수술 후에 돌아온 고양이를 건강하게 돌보는 게 더 중요하거든. 수술 후에 고양이가 건강하게 살아야 그 동네의 고양이 개체 수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어. 만약 중성화 수술 후에 먹을 것을 잘 먹지 못해서 죽거나 영역에서 쫓겨나면 다시 새로운 고양이가 그 자리를 채우게 돼. 바로 TNR을 하지 않은 고양이지.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야.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제 알겠지? 이렇게 길고양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아!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한 뒤 수컷은 하루, 암컷은 3일 입원 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왼쪽 귀 끝을 조금 잘라서 TNR을 마쳤다는 표시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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