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는 데에는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일이 아주 많아. 그냥 같이 자고 맛있는 거 많이 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면 된다고? 밥을 주고 놀아주는 것 말고도 돌봐줘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단다!(<어린이 동산> 2020년 5월호)
우리 집에 처음 멍멍이 식구가 생긴 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야. 나는 개를 한 번도 집 안에서 키워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우연히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작고 하얀 개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어. 개와 함께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일단 이 아이가 또 다시 버려질까 봐 급하게 데려왔지.
개가 우리 집에 오고 제일 놀란 건, 개의 털이 끝도 없이 자란다는 거였어. 품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때 내가 데려온 ‘짜르’라는 개는 말티즈라는 종이었는데 하얗고 길고 가느다란 털을 가지고 있었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는 얼굴을 적당히 덮고 있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털이 점점 길어졌어. 그리고 그 털들이 마구 엉켜서 덩어리처럼 불어나기 시작하는 거야. 그때서야 정기적으로 털을 잘라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
나는 미용기를 사서 일명 ‘빡빡이 미용’을 시도했어. 그건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걸 시작하자마자 알게 됐지.
“으악! 뭐하는 거야! 저리 가! 손대지 마! 으르릉컁컁왕왕으왕!”
짜르는 잔뜩 겁에 질려서 이리저리 도망쳤고 나는 팔과 다리를 짜르에게 물리면서 억지로 붙들고 털을 밀기 시작했어. 무려 4시간에 걸쳐 겨우 빡빡이 미용을 마쳤는데 온집안에 솜털 같은 눈이 내리는 것 같았어. 잘려진 털들이 사방에서 날리고 있었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강아지 미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가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그 뒤로는 전문가 선생님에게 미용을 맡겼는데 비용이 조금 비싸긴 했지만 강아지 털을 깎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으니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그런데 계속해서 자라나는 건 털뿐만이 아니었어! 어느 순간부터 짜르가 걸어다닐 때마다 탁!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플라스틱으로 바닥을 탁탁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발을 들어보니 발톱이 정말 길게 자라있었어. 세상에, 개의 발톱을 깎아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자라나고 심지어 안으로 말려들어가서 살을 파고들 수도 있대. 나는 반려견 전용 발톱깎기를 사서 발톱을 잘라주려고 했어. 하지만 이번에도 짜르는 미친듯이 도망치고 숨기 바빴어.
“넌 발이 네 개라서 발톱을 18개나 잘라야 한단 말이야! 이리 와!”
어느 날 곤히 자는 짜르가 너무 예뻐서 이마에 뽀뽀를 해줬어. 그런데 어디서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거야. 짜르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얼굴을 좌우로 타타탓! 흔들었어. 알고보니 개는 귀 속에서도 털이 자라고 털이 너무 빽빽하게 자라면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냄새가 나고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서 자주 귀 세정제로 귀를 청소하고 털도 뽑아줘야 한대. 개들은 귀를 만지는 걸 아주 싫어하는데 귀를 열어서 털도 뽑고 청소도 해줘야 한다고?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됐어. 짜르는 도망가고, 나는 쫓아가고.
여기서 끝이 아니야. 어느 날인가 짜르가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앞발로 걸어다니면서 항문을 문지르고 다니는 거야. 으악, 더러운 똥꼬를 바닥에 문지르면 어떡해!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니까 항문낭을 짜주지 않아 가려워서 그런 거래.
선생님이 알려주시기를, 강아지의 항문 밑에는 항문낭이라는 작은 주머니가 숨어 있는데 이 안에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액체가 들어 있대. 야생에서 살던 시절에는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자신이 살던 곳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녔다는 거야. 집에서 사는 강아지들은 그걸 사용할 일이 없으니까 항문낭이 가득차면 가려워서 그렇게 ‘똥꼬스키’를 탄다는 거지.
“아니 그럼 어떻게 해줘야 해요?”
“항문 아래를 손가락으로 잡아 밀어올려서 짜줘야 합니다.”
“네에? 여드름 짜듯이 똥꼬를 짜야 한다고요?”
항문낭에서 나오는 액체는 냄새가 지독하니까 목욕할 때 짜서 물로 닦아주면 된다고 하셨어. 하지만 개는 목욕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똥꼬까지 꼬집으려고 하면…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났어.
심지어 선생님은 내게 미션을 하나 더 주셨어. 꼭 이빨을 닦아줘야 한다는 거야. 맙소사, 멍멍이도 양치를 시켜줘야 하다니! 야생에서 살 때는 사냥도 하고 이빨로 고기를 뜯어먹고 풀도 뜯어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치석이 제거됐는데, 이제는 동그랗고 작은 사료를 먹으니까 양치를 하지 않으면 냄새도 나고 치석이 생기고 이빨이 썩는대. 심해지면 염증이 생겨서 이빨을 다 뽑아야 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미리미리 매일 양치를 해야 한다고 했어.
개를 키우는 게 어린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처럼 신경 쓸 일이 많다는 걸 난 정말 몰랐단다. 지금은 익숙하게 매일 양치하고 발톱도 자르고 귀청소도 하고 미용도 하고 목욕도 시키고 항문낭도 짜주지만,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어.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기본’적인 것이란다. 그러니까 어린이 친구들, 멍멍이 가족을 데려올 때는 이 모든 걸 스스로 잘 할 수 있는지 꼭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