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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의 사기꾼 Oct 28. 2020

고양이는 작은 강아지가 아니야

개와 고양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다른 점이 정말 많단다. 사람들은 네 발 달린 동물이니까 생김새와 크기만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흥미로운 고양이의 대화 방법,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어린이 동산> 2020년 4월호)


댕구르르 댕구르르 기분이 좋을 때 배를 뒤집어 보여준다는 건 멍멍이랑 비슷한 것 같아!


길고양이들에게 매일 밥을 주면서 나는 고양이라는 동물이 무척 궁금해졌어. 꽤 오랫동안 반려견과 함께 생활해왔으니까 나 정도면 프로반려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고양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더라구.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갈 때면 꼬리를 하늘로 쫑긋 세우면서 다가오는 아이가 있었어. 꼬리를 쫑긋 세우다니, 음… 개가 꼬리를 세우는 건 긴장이 돼서 기분이 안 좋다는 건데! 저 고양이는 내가 싫다고 말하는 건가? 내가 이렇게 매일 너에게 맛있는 사료와 물을 대접하는데 왜 싫다고 하는 거야? 갑자기 서운해지려고 하네!


부끄럽지만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고양이가 그저 몸집이 작은 멍멍이와 같다고 생각했어.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놀고 싶을 때는 앞발을 주욱 내밀며 엉덩이를 높이 들고, 경계할 때는 냐옹냐옹 우는 줄 알았지 뭐야. 

며칠 동안 길에서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고양이의 언어는 개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 꼬리를 쫑긋 세우고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들은 때로 내 다리 사이를 S자로 왔다갔다 하며 볼을 신발에 부비곤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기분이 아주 좋다는 뜻인가 봐. 어떤 고양이는 가끔 뭔가를 쳐다보며 눈동자가 아주 커다랗고 동그란 모양이 되는데 수염이 전부 앞을 향해 있더라구. 표정이 뭔가에 집중하는 것 같았어. 알고 보니 사냥감을 발견해서 언제 저 사냥감을 공격할지 고민하고 있는 거래.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등을 구부리면서 몸을 크게 부풀리고 꼬리와 등 털이 꼿꼿하게 서는 걸 봤는데 아, 이건 한눈에 봐도 ‘화가 났구나!’ 싶었지. 입을 크게 벌리고 “하아아악” 하는 쇳소리를 내는 게 “너 누구야! 당장 우리 동네에서 사라져!”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거든. 


이 사진은 사실 하악질을 하는 게 아니라 "냐옹"에서 "ㅑ오ㅇ"의 순간이야 히히


고양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흥미로웠어. 개에게서는 볼 수 없는 섬세함이 있달까? 물론 가끔 무서울 때도 있었지. 개를 화나게 하면 날카로운 이빨로 ‘왕!’ 하고 물어버리잖아. 고양이는 무섭거나 화가 나면 날카로운 발톱으로 ‘휙!’ 하고 할퀴어버리더라고. 평소에 얌전히 앉아 있는 걸 보면 찹쌀떡처럼 말랑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발이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무서운 발톱이 슝 솟아나는지, 정말 신기하지 않니? 고양이는 평소에 예쁘고 통통한 발 안쪽에 발톱을 숨겨놓았다가 꺼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대. 


“으악! 밥을 주려고 하는데 왜 화를 내는 거야!”

앞발을 휘두르며 발톱으로 할퀴는 건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인 줄 알았는데 어떤 날은 밥그릇을 내미는 내 손을 마구 할퀴어버릴 때도 있었어. 그렇게 냥냥펀치를 맞은 날은 정말 울고 싶었어. 너무 서운하고 아팠지. 

알고 보니 고양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하고 예민한 동물이어서 사람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할 때도 있대. 특히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사람과 친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지. 밥을 주려고 내민 나의 손이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나쁜 손으로 보이기도 하는 거야. 가끔은 정말로 고양이를 해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이해해야 해. 험난한 길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자신을 보호해야 하니까. 


내가 밥 주는 인간이라는 걸 알지만 밥을 먹으면서도 늘 경계 태세인 아이들도 있어. 야생의 삶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고양이와 친해지면 정말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나를 반겨준단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냐옹냐옹 소리를 내면서 총총총총 뛰어와 꼬리를 쫑긋 세우고 살랑거리며 나와 함께 걷곤 해. 

“왜 이제 왔냐옹. 얼마나 기다렸는뎅! 어서 맛있는 걸 달라옹. 냐옹.” 

“알았다옹. 조금만 기다리라옹.”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얌전하게 밥그릇 앞에 앉아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들의 눈빛을 보면, 정말 ‘심쿵’ 하게 된다니까. 

고양이가 “냐옹” 하고 우는 건 오직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내는 소리라는 거 알고 있니? 냐옹, 미야아아아옹, 애옹, 에에엥… 어떤 때는 크고 길게, 어떤 때는 짧고 높은 톤으로, 어떤 때는 작은 아기 같은 목소리로 우는 건 사람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거래.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굳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귀, 꼬리, 발, 수염, 눈썹, 털 같은 것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어. 몸으로 말하는 거지. 하지만 사람은 그 움직임을 세밀하게 이해할 수 없어서 아무리 몸으로 말을 해도 대화가 안 됐던 거야. 그런데 소리를 내니까 사람이 반응을 하네? 그걸 알게 된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소리를 내게 되었대. 

길을 걷다 어디선가 고양이가 너를 향해 “냐옹” 소리를 낸다면 조심스럽게 잘 들어봐. 오직 너에게 말을 걸기 위해 힘껏 목소리를 낸 거니까. 마음이 간질간질하면서 어쩐지 기분이 아주 좋아질 거야. 


동물과 교감하며 서로를 돌보는 삶, 정말 멋지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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