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밀밭의 사기꾼 Nov 30. 2020

길고양이도 집고양이가 될 수 있어!

길고양이도 집고양이가 될 수 있냐고? 물론이지! 오히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리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며 사는 것보다 집에서 사는 게 훨씬 안전하단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사람과 함께 집고양이로 살게 된 고양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어린이 동산> 2020년 8월호)



“그렇게 좋으면 데려가서 키우지 그래?”

내가 고양이를 이렇게 살뜰히 보살피는 것을 본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해.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키워야 하는 것도, 모두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야. 특히 우리 집에는 이미 멍멍이 일일이가 있어서 새로운 동물가족을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단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삶이 무척 힘들기 때문에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아. 하지만 길고양이는 도시의 구성원으로, 우리 동네의 주민으로, 우리 삶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어. 우리는 길고양이의 그런 삶을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갈 수도 있어야 한단다. 

그런데 길고양이들이 사람과 함께 사는 집고양이가 되는 경우도 많아. 크게 다쳤거나 병에 걸려서 스스로 생존할 수 없을 때 사람이 구조해서 치료하고 입양을 하기도 해. 또 타고난 성격이 사람에게 친화적이어서 나쁜 사람들의 표적이 될까봐 집으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어. 그리고 어떤 고양이들은 제 발로 사람을 따라가거나 집으로 들어가서 그 집의 가족이 되기도 하지. 길고양이가 집고양이로 변신하는 사연은 정말 다채롭고 흥미로워. 


담장을 뛰어넘을 만큼 자라서 드디어 엄마처럼 밥을 먹으러 나오게 된 밤이


우리 동네에도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받다가 사람 가족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된 밤이라는 고양이가 있었어. 밤이는 나비라고 부르던 고양이가 낳은 새끼 중 하나였단다. 나비는 아파트 담장 아래 풀숲에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들은 젖을 떼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때가 되었지만 담장이 너무 높아서 밥자리가 있는 곳까지 올라올 수가 없었어. 그 모습을 본 동네 주민이 봉지에 사료를 담아 담장 아래로 던져주기 시작했지. 고양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봉지를 뜯어 사료를 먹을 수 있거든. 그렇게 봉지밥을 뜯어먹으며 건강하게 쑥쑥 자란 밤이는 드디어 담장을 넘을 수 있게 되었어. 

밤이가 담장을 넘어 밥자리에 나타나자 동네 할머니가 매일 아침 사료를 갖다 주셨어. 나비네 가족은 동네 사람들이 주는 사료와 간식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랐단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밤이가 사람의 다리에 머리를 부비고 야옹야옹 울며 무릎 위에 올라오더니 그대로 품에 안기기까지 하는 거야. 강아지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개냥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밤이가 바로 그 개냥이가 된 거지. 동네 주민들은 그런 밤이를 더욱 예뻐했어. 우리는 밤이가 이대로 영원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함께할 줄 알았어. 


무릎에 올라오고 품에 안기는 걸 좋아하는 개냥이가 되었어


그런데 어느 날 밤이가 밥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어. 어디 멀리 놀러 갔나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다음 날도 밤이가 나타나지 않는 거야. 어디서 사고를 당한 건 아닐까, 아파서 구석에 숨어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밤이를 찾는 전단지도 붙이고 매일 주차장도 찾아보고 가까운 뒷산에도 가봤지만 밤이를 찾을 수 없었어.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예쁘게 함박눈이 오는 날이었어. 옆 동 주민에게 밤이가 돌아왔다는 연락이 왔단다! 밤이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먹지 못해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있었어. 그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결심했지. 밤이가 또 실종되기 전에 가족을 찾아주기로! 

그동안 밤이 사진을 SNS에 많이 올렸는데 이미 밤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었단다. 입양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임시보호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어. (길에서만 살던 고양이가 실내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임시로 보호하며 도와주는 걸 ‘임시보호’라고 해.) 따뜻한 봄이 왔을 때 밤이는 임시보호자의 집에서 집 생활을 시작했어.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도 받고 예방접종도 했지. 처음 며칠은 실내생활을 낯설어했지만 사람을 워낙 좋아했던 밤이는 금방 적응했어. 


예쁜 눈이 오던 날, 기적처럼 밤이가 돌아왔어.


그리고 나는 입양신청서를 모두 검토했어. 개나 고양이를 입양 보낼 때는 평생 책임지며 함께할 수 있는지, 가족들의 동의를 모두 받았는지, 키우는 데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천식이나 알러지 등 동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거든. 그렇게 밤이의 새 가족이 결정됐고 드디어 밤이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됐어. 입양 첫날 잠시 구석에 숨어 있었지만 새 가족과 금방 친해졌고 지금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냥놀이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단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주위를 한번 둘러봐. 언제든 행복한 삶을 나눠줄 길고양이들이 아주 많단다. 동물가족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입양하는 거야.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기회는 정말 많아!


가족을 만나 매일매일 행복한 밤이!


매거진의 이전글 개와 함께 여행을 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