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Mar 08. 2024

최은영의 밝은 밤

최은영의 밝은 밤을 두 번 읽었다.

독서모임 책이라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이 선정되어 좋았다.

다시 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렜다.

단단한 척하지만 유기견을 위해서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던 외할머니를 위해서 마음을 활짝 연 주인공.

아빠 없이 커야만 했던 상처가 많은 철부지 같은 엄마.

이혼했다는 손녀의 고백에 0.1초 만에 잘했다고 무조건 응원해주는 멋진 영옥이 할머니.

늘 해와 같이 따스했던 새비 아저씨와 그의 색시답게 마음 깊이 다정함을 장착한 새비 아줌마.

백정의 자식이라 천대받으면서 딸 영옥이를 위해 남편에게 불 같이 맞섰던 삼천이.

냉정한 척하면서 몹시도 영옥이를 아꼈던 명숙이 아줌마.

한 여자를 구출해낸 것이 사랑이 아니어도 가능하구나를 알게 한 영옥이 아버지자 삼천이 남편.

엄마인 새비 아줌마를  사랑해서 오로지 공부하는 것으로 효도한 희자.

나는 이들을 만날 생각에 들떴다.

과연 다시 만난 그들은 사랑스러웠고 반가웠다.

개성 말씨가 이리도 착착 감기게 정겨울 수가 있을까.

밤마다 아껴가며 읽었다.

최은영 작가의 섬세함에 여러 번 놀랐다.

그중 하나는 사소한 감정들을 너무나 잘 살렸다는 것이다.

영옥이 신랑이 될 사람이 탐탁지 않았을 때 하는 삼천이 말이

밥 먹을 때 가장 좋은 것을 자기 입에만 넣는 것이나 영옥이 생각을 해 주는 것을 별로 못 보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새비 아저씨는 해 같은 사람이라 어떤 경우에도 다정한 말이나 행동을 하였다고 비교를 했다. 딸이 다정한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냉냉한 남편 기질을 닮은 영옥이 신랑이 못마땅했다.

나는 이 대목에 한참 눈길을 주었다. 소소한 이런 다정함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섬세함이 못 견디게 좋았다. 나 역시 이런 점을 늘 생각해서다.

새비 아줌마와 삼천이의 편지를 읽노라면 이런 우정이 몹시도 부러웠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사이지 않은가. 어떤 시대에도 가능한 관계다.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위해 마음을 써주는 이런 관계는 부모 자식 관계, 부부 관계가 아니어도 능히 이룩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이런 관계가 있는지를 자문해봤다. 안타깝게도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