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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Mar 19. 2024

동시에 동시해 - 이태준 동시 두 편



 
시커멓고 쓴 약
아버지가 지어 오신 약
한 탕기나 되는 약
어머니가 대리신 약.
 
시커멓고 쓴 약
아버지도 먹으라고만
한 탕기나 되는 약
어머니도 먹으라고만.
 
누 딱 감어도 시커먼 약
입 딱 벌리어도 안 넘어가는 약
 
<소년>. 1940년 12월
 
 
 
 
 
 
 
 
 
혼자 자는 아가
 
아빠는 밭에 가시고
엄마는 물 길러 가시고
아가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이 들었네.
 
혼자 자는 아기는
버개를 안고
혼자 자는 아가는
눈물이 났네.
 
아빠는 밭에 가시고
엄마는 물 길러 가시고
아가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이 들었네.
 
혼자 자는 아가는
제비가 보고
혼자 자는 아가는
구름이 보네.
 
<소년>. 1940년 11월
 
 
 
 
호 상허(尙虛)·상허당주인(尙虛堂主人). 강원도 철원(鐵原)에서 출생하였다. 휘문고보를 나와 일본 조치[上智]대학에 수학하였으며, 《시대일보(時代日報)》에 《오몽녀(五夢女)》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구인회(九人會)에 가담하였고, 이후 이화여전 강사, 조선중앙일보(朝鮮中央日報) 학예부장 등을 역임하였다. 1930년대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가마귀》 《달밤》 《복덕방》 등의 단편소설은 인물과 성격의 차분한 내관적(內觀的) 묘사로 토착적인 생활을 부각시켜, 완결된 구성법과 함께 한국현대 소설의 기법적인 바탕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작중 인물들은 회의적·감상적·패배적 성격으로 부각되어 작품 전체가 허무와 서정에 깊이 침윤되었지만, 때로는 그 속에서 현실과 밀착된 시대정신에의 추구를 지향하기도 했다.


《문장(文章)》지를 주관하다가 8·15광복 직전 철원에서 칩거하였으며, 광복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포섭되어 활약하다가 월북하였다. 그의 단편 《해방전후(解放前後)》(1946)에서 이러한 문학적 변모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에는 앞에 든 것 외에 소설집 《구원(久遠)의 여상(女像)》 《딸 삼형제》 《사상(思想)》 《해방전후》 등이 있으며, 문장론 《문장강화(文章講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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