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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Oct 17. 2022

편리함이 능사가 아니다

카카오톡이 다운된 세상

하루종일 아내에게서 연락이 없다.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 궁금하지 않아야 하지만, 예상 외로 오래 연락이 없으니 궁금하다.


아내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연락을 해 왔다. 그런데 톡이 아니고 문자다. 뭐지? 아내에게 물었다. 답이 왔다. 카톡이 안 된단다. 그제야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일들이 주르륵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의 글을 한동안 읽었다. 눈이 아파서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쉬었다가 브런치를 조금 더 보았다. 집안에만 있자니 답답하다. 오늘 해야 할 운동 의무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바깥 바람을 쐬니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다시 브런치를 읽으려 했다. 접속이 되지 않는다. 전에도 가끔 가다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다가 다시 시도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 접속이 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계속 접속이 되지 않는다. 네이버에 접속해 보았다. 이상 없다. 뭘까. 그때 아내가 문자를 보내왔다. 


저녁 TV뉴스를 보았다. 카카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났단다. 이제야 아내가 문자를 보내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하! 그러면 브런치가 안 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나? 브런치에 다시 접속해 보았다. 맞다. 접속이 되지 않는다. 


아내가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를 읽지 않을 경우 숫자 1이 남아 있다가, 내가 읽고 나니까 사라진다. 그 정도는 그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문자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데, 아내의 프사(프로필 사진) 옆에 점 세 개가 생겨서 움직인다. 짐작했다. 아, 상대방이 문자를 입력하고 있다는 표시인 모양이다. 문자는 옛날 물건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신박한 기능도 있군. 그동안 카톡의 세계에 빠져서 문자를 너무 띄엄띄엄하게 보았었다.


아침에 핸드폰을 켜니 카톡이 사인을 보내온다. 열어보니 어제 보냈던 메시지들이 이제야 뜬다. 아침식사 자리에서 아내에게 이제 카톡이 된다고 했더니 아내가 아니라고 한다. 메시지 전송 기능은 되는데 다른 기능들 중에는 여러 가지 안 되는 것이 있단다. 사진도 보낼 수 없다고 한다. 


아내의 말을 듣고 브런치를 켜봤다. 역시 안 된다. 아하, 브런치도 카카오 계열이지. 그래서 안 되는구나.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괜찮을 텐데 한 걸음 더 나갔다. 내일이 월요일이니까, 글을 써서 올려야 하는데... 브런치가 계속 안 되면... 아하, 이번 주는 건너 뛸까.


한 가지 다행이라면 문제가 생긴 날이 토요일 오후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모두 일하는 평일 한복판이었다면 어땠을까. 


누군가의 권한이 제한없이 커지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는 건 인간 세상에서 늘 벌어지는 일. 메신저 기능을 넘어서 포털까지 접수하고, 택시 콜 하는 기능에 더해 은행 업무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더니...


카카오가 정상 작동되지 않으면서 앞에서 언급한 분야는 물론 그 외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자세하게 알지 못해서도 그렇고, 나의 관심사가 아니어서도 그렇지만 그 내용을 다 열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나니 이제까지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아내의 말을 빌려본다. 어제 저녁에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카카오톡이 안 돼서 좋다고 하더란다. 도대체 무슨 소릴까. 콜이 들어오면 안 받으면 안 되는 모양인데 카톡이 안 되니까 콜이 안 들어와서 좋다나 어쩐다나. 어지간히 시달린 모양이다.(*모든 택시 기사들의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핸드폰 문자는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메신저 세상은 카톡이 지배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카톡이 꺼지니 문자가 켜진다. 게다가 상대방이 문자 입력하는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카톡이 하도 목소리를 높이니까 문자가 목소리를 키우지 못 해서 그랬지, 문자 세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능도 하고 있었고.


만약 카카오가 목소리를 높이려면 조금 더 정밀해야 한다. 아니다, 이번 일을 경험해 보니 한참 더 정밀해야겠다. 첨단이라 일컫는 IT 세상에서 쌀가루로 뻥튀기 만들 듯 하지 말고.


한자(漢字)는 하나의 글자가 완전히 다른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악(樂)자를 들 수 있다. 중학교 때 배웠다. 악(樂)은 세 가지 음과 뜻이 있다. 풍류 악, 즐길 락, 좋아할 요. 음악(音樂), 오락(娛樂), 요산요수(樂山樂水)가 그 용례다.


한자 ()자도 마찬가지다. 음은 똑같이 ‘이’이지만, 뜻은 여러 가지다. 1)이익이 된다 2)편리하다 3)날카롭다. 내가 주목한 것은 날카롭다였다. 아,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편리한 것은 위험이 되기도 하는구나.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매일 손에 쥐는 칼을 떠올렸다. 날이 잘 서게 벼린 칼은 음식 만들 때 잘 들어서 좋지만, 그 날카로움 때문에 자칫하면 손을 다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파를 다듬을 때나 달걀말이나 두부처럼 부드러운 재료를 자를 때가 아니면 조금 무딘 칼을 그냥 사용한다. 갈아서 날을 세우면 좋은 점도 있지만, 손을 다치는 게 무서워서다. 


생각난 김에 네이버 한자 사전을 찾아보았다.            

利 리,이 / 이로울 리(이)

1. 이롭다, 이하다(利--: 이익이나 이득이 되다)

2. 이롭게 하다

3. 유익하다(有益--)

4. 편리하다

5. 통하다(通--)

6. 날카롭다

7. 이기다


"그렇지", 하면서 <漢韓大字典>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학원 논문 쓸 때 끼고 살다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볼 일이 거의 없어졌던 사전이다. 특히 인터넷 세상이 되고 나서는 그냥 책장 한 쪽에 꽂혀 있었다.


자전을 꺼냈다. 하도 오랜만이라 어떤 부수(部首)로 찾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펼쳤다. 이렇게 작은 글씨를 도대체 어떻게 보았는지 의문이 생겼다.

찾았다. 어?

一)날카로울 리

三)이로울 리

九)승전 리


날카로울 리가 맨 앞에 나온다. 편리하다는 뜻은 언급이 없다. 다만 용례로 ‘편리’가 항목 맨 끝에 언급만 돼 있다. 날카로울 리를 맨 앞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초고를 끝마치고 다시 브런치를 열어보았다. 요지부동이다. 방학숙제를 안 했는데 개학이 연기된 기분 비슷하다(학교 졸업한 지 몇 십년이 지나고도 이런 타령이다. 그렇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니지. 난 이제 숙제를 다 했지. 그런데 개학 안 하면...???


▶짧은 후기 : 월요일 아침. 브런치에 메시지 사인이 떠 있다. 눌러보았다. 된다. 개학이다. 걱정없다. 숙제는 다 했으니까. / 다시 요일 오후. 사진이 올라가지 않는다. 아직 정상이 아닌 모양이다. 탈이 나도 심하게 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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