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되어가는 중. #3

여행을 가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다.

“차를 세워.”라고 소리 질렀고 남편은 차를 세워 나는 차에서 내렸다.

미친 듯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 안에서 남편과 나는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다가 난 차에서 내렸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밤을 지내고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남편은 차를 타면서 “왜 화를 내느냐고? 뭐가 문제냐고? 밥 먹다가 그냥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라고 하며 화를 냈다.

남편이 말하는데 나는 “그만해”라고 목소리를 키웠고 차에서 내리겠다고 했다.

서로 소리를 지르다 나는 같은 공간에 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편이 차를 세우자 바로 차에서 내렸다.

한동안 잘 지냈다. 근데 여행을 와서 싸웠다.

싸우는부부_사진 Unsplash의Afif Ramdhasuma.jpg 사진 Unsplash의Afif Ramdhasuma

우리는 3박 4일 일정으로 남편 친구가 사는 충북 영동으로 여행을 왔다.

2박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남편의 행동을 참고 있었다.

첫날부터 남편은 술을 잔뜩 먹기 시작했다. 첫날이니 그냥 넘어갔다.

두 번째 날에 남편 친구 가족과 저녁을 함께 했다.

아이는 남편 친구의 아이와 시간이 지나면서 편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남편과 남편의 친구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의 남편은 술을 또 많이 마셨다.

노래방을 가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술은 취했고 운전을 할 수 있는 이는 친구의 아내뿐이었다.

시간은 이미 늦었고 아이들은 자야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남편은 계속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노래방을 좋아하는 이들은 남편, 남편 친구.

이들은 대학의 밴드 동아리 동기다. 남편은 보컬, 남편의 친구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둘은 음악을 좋아했고 대학 시절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둘은 술이 이미 취했다. 친구의 아내는 집에 가길 원했고 나 역시 피곤했다.


식사 후 모두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로 옮겨서 차를 가볍게 한잔하던 중이었다.

나는 다른 지역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 오랜 친구 초등학교 친구가 지내고 있는 단양에 대해 말을 꺼내던 중이었다.

우리 가족은 얼마 전에 단양으로 내 친구를 만날 겸해서 여행으로 다녀왔다.

남편은 내 친구를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나는 남편에게 내 친구를 인사시키고 난 후 나는 친구 가족 안부를 물었다.

내 친구는 가족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잘 크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지만 경제적인 부분은 여전히 해결해 나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친구를 10여 년 만에 만나 얼굴을 본다.

친구가 지방으로 이사 가고 나서부터 만나기 어려웠다. 친구 남편이 사과농장을 해보겠다고 하여 지방으로 떠났다. 친구는 10년 이상 가정 경제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상태였다.

친구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사업했으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사과농장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 같다.

이 말을 남편은 기억하고 있었던 거 같다.

남편 친구 부부와 단양을 방문하게 된 이야기를 하다가 단양의 내 친구 남편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친구 남편이 좀 그렇더라고. 남편으로 제대로 못 하는 거 같아.”라고.

나는 남편의 말을 잘랐다. “내 친구 남편에 대해선 내 친구가 결정하는 거고.”라고.

나는 단양의 이야기로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단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동에서 국악 엑스포를 진행하는 동안 영동에 또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KakaoTalk_20250302_065322929_04.jpg 충북 영동 이암사의 산신전

충북 영동을 여행하면서 남편 가족의 아내에게뿐 아니라 그날 방문했던 사찰의 스님께서도 물으셨다.

“영동은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영동은 관광도시가 아닌데, 관광을 오셨네요.”라고.

충북 영동은 과일과 포도주로 유명하다.

나는 방문하기 전까지 영동 포도와 사과가 이 지역인지도 제대로 몰랐다.

국악 중 악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과 포도주를 만들어 발전시켜 가고 있다는 사실도 방문해서 알게 되었다. 특히, 국악기에 대해선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한 가지 이상 배우고 익힌다는 사실을 남편 친구 가족이 설명해 줘서 알게 되었다.


작년에 남편 친구와 처음 식사를 하면서 남편 친구가 충북 영동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남편은 충북 영동을 가보자 했고, 첫 방문을 했었다. 첫 방문 때 충북 영동에서 운영하는 국악원에서 보았던 무료 공연이 좋았다. 이 기억과 둘레길을 걸어보지 못했기에 또 충북 영동여행을 왔다.

KakaoTalk_20250302_065322929_07.jpg 이암사 근처의 돌

근데, 남편은 이야기 중 내 친구 남편의 이야기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했다.

술 취한 남편이기에 나는 넘겼다. 남편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친구에게 전화해서 또 만나자고 했다. 아이 역시 남편 친구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남편 친구는 아내에게 확인하고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다.

다시 연락이 왔다. 남편 친구는 일정이 있어서 또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아이는 실망했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내내 투덜거렸다.

점심은 첫날 내려와서 먹었던 식당을 다시 한번 방문하기로 했다.

아이는 다른 식당을 가지 않고 엄마가 먹고 싶어서 하는 식당으로 간다고 계속 투덜투덜했다.

아이는 식당에서 밥도 먹지도 않고 짜증을 냈고, 남편은 밥을 먹다가 애를 위로한다고 데리고 나갔다.

혼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남편과 애가 들어왔다. 남편이 한소리 했다. “엄마는 아리랑에 밥 먹으러 영동 왔냐고 한다.”

순간 나 역시 짜증이 확 밀려왔다.

나는 “가자.”라고 하면서 일어났다.

식대를 계산하고 나왔다.

순간적으로 나 역시 짜증이 몰아쳐서 일어나서 식당을 나왔을 뿐이다.

남편은 차를 타면서 화를 냈다.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내용은 하나도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다만 꾹 누르던 뭔가가 터졌다. 나는 화를 내며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차는 움직이는 상태였고 나는 내리겠다고 차를 세우라고 했다.

남편도 화가 난 상태로 차를 세웠다. 나는 내렸고. 그냥 반대로 걸었다.

모르는 동네고 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모른다.

무작정 걸었다.

얼마 후 차가 다시 왔다.

아이가 내렸고 “엄마! 내가 잘못했어. 가자.”라고 말했다.

나는 여전히 화가 난 상태고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지금 화가 많이 났어. 너도 지금은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까 가.”라고 말했다.

나는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길로 계속 걸어갔다. 큰길을 벗어나 산 쪽으로 걷다가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서 다시 큰길로 나왔다.

큰길 옆에는 과수원으로 연결되는 작은 길이 있었다. 나는 그곳을 쭉 걸었다.

남편의 차는 보이지 않았고 전화는 계속 울렸으나 받지 않았다.

화는 어디서부터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은 남편이 정말 보기 싫었다.

애가 짜증 내는 걸 겨우겨우 참고 있었는데 남편이 방아쇠를 당겨서 폭발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숙소까지 걸어서 갔다.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는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하니 걸어서 1시간 30분 이상이 걸렸다.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걷기를 선택했다. 숙소를 향해 걷던 중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모카번을 시켜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다시 따뜻한 대추차를 한 잔 시켜서 쉬었다.

어느덧 오후를 지나 저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니 아이 혼자 있었다.

아이는 나에게 말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아빠는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차에 있겠다고 했어.”


이렇게 여행 마지막 날 우리 부부는 여행지에서 싸우고 각자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화해를 요청했다. “자기야. 내가 그렇게 같이 화내서 미안해.”

“자기는 내가 뭐 때문에 화가 난 줄 알아?” 나는 물었다. 남편은 항상 먼저 화해 요청을 한다. 하지만,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싶지 않았다.

“애 때문에 짜증 나 있는데 나까지 소리 지르고 화를 내서... 미안해.”라고 남편은 말했다.

나는 말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우리는 이곳에 여행 와서 자기 친구만 만나는 게 아니야. 자기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이 만난 거야. 자기는 자기 친구가 편해서 계속 보자고 하겠지만 나도 친구분 아내도 불편해. 우리가 이곳 영동으로 여행 왔기 때문에 자기 친구 가족이 우리에게 시간을 내주는 거야. 하지만, 그들에게 시간을 계속 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 게다가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나도 이곳에 와서 그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면 불편하고. 또, 왜 내 친구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가 만난 적도 없는 내 친구 남편을 평가해? 내 친구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모르잖아. 상황도 제대로 모르면서 친구와 내가 나누는 단편적인 말을 듣고 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건데? 그 평가를 내 친구도 모르는 이들에게 왜 하는 건데? 난 자기에게도 짜증이 나 있었어. 그러다 어제는 밥을 먹다가 폭발한 거야.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데…. 애랑 나가버리면 혼자 남아서 먹고 있는 나는 뭐야?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들어와서 어쩌고 저쩌고 떠드니 내가 참을 수 없었어. 나도 화를 그렇게 내서 미안해.”

“자기 친구에 대한 말은 내가 정말 실수했어. 미안. 그리고 자기 말이 맞네. 내 친구여서 난 편하게 생각하면서 계속 보자고 얘기했어. 미안, 우리 풀고 가자.”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풀었다.

화해_사진 Unsplash의Toa Heftiba.jpg

나 역시 욱하는 성격으로 남편에게 화를 냈다.

순간 남편도 그걸 맞받아쳐서 우리의 여행 마지막 날은 각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정말 잘 싸운다.

남편은 아이가 어렸을 때 크게 싸운 이후부터 화해 요청을 항상 먼저 한다. 난 고집을 부리는 편이다.

고집 센 나는 시간 갖기를 좋아한다.

이런 못된 성격을 가진 나를 이해해 주는 남편에게 사실 항상 고맙다.

즐겁기만 하길 바랐던 여행지에서 우린 이렇게 또 싸웠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또 맞춰가며 부부가 되어 가고 있다.


부부는 서로 다른 사람이 각자 살던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며 맞춰간다. 때로는 이렇게 싸우기도 한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싸웠다가 풀어가는 과정을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을 알게 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부부가 되어 가고 있다.


개인적 사정으로 지난 3주간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제 브런치에 방문해서 읽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리며 글을 시간 내서 더 써보려고 합니다.


그 누군가에게 저의 글이 작은 위안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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