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②

걸어가며 고개를 끄떡이고, 모든 지남과 지나는 것에 그러려니 한다

by 와와우

절망이 지나간 공허 속에 새롭게

피어난 것들


걸어가며 고개를 끄떡이고,

모든 지남과 지나는 것에 그러려니 한다

(去 然)


깨달음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②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이해한다는 것도 간단할 수 있다. 당시의 통상적 사회관념인 창조론과 같은 종교적 의식기반으로부터의 탈피는 인식의 확장이다. 개인의 역사 역시 그러하지만 인류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의 역사는 100년도 안 되는 시간과 성장을 통해 반복하는 것이지만 인류의 역사란 것도 또한 수 천, 수만 년을 우주적 질서의 변화를 통해 반복하여 윤회하는 것이다. 인류는 발전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발전은 작은 인간의 시각일 뿐, 우리는 사실과 진실을 중심에 두고 맴돌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숫자의 '0'이란 개념은 공교롭게도 이러한 인식에서 발견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윈의 진화론은 '진화'라는 표현을 '적응'이란 표현으로 인식됨이 마땅하다. 진화론적인 관점은 인류학을 발전시킨다. 생물학적인 관점이 인간의 문제에 귀속됨은 당연한 결과다. 데이몬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는 인간의 성적 문제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기술했다.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와 유사성의 비교는 흥미를 넘어 오늘 인간이 존재하는 잠재적 의식의 변화과정과 그에 대한 사실 인식을 갖게 한다.


인간의 피부가 털이 없음은 성적인 유희를 받아들이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여자의 젓가슴이 둥근 타원을 이루어 크고 둥글며 뽕긋거리는 가슴과 붉은 젓꼭지를 갖고자 선망하는 모든 여성의 바램은 다분히 성적 목적을 이유로 하는 것이지 아기에게 젓을 먹이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를 갖지는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는 순간 남성을 대면하게 되는 이유다. 여성의 성적 상징인 둥근 엉덩이도 가슴이 모방하여 진화한 것이다. 인간의 입은 동물 중 유일하게 속살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 바깥 피부와 경계를 이루어 입술을 만든다. 부드러운 속살은 남녀의 접촉이 성적 자극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된다. 시각적으로 붉다는 것 또한 성적 자극을 만드는 이유가 되는데 이는 흥분한 여성의 성기를 드러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것을 성징이라 한다. 이러한 성징은 인간의 육체 모든 부분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의 성적으로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적응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의 '유희'가 말초적인 감각만을 말하려 하는 것을 거부한다. 본질적 유희를 이름이다. 진실과 절대 가치에 다가가는 인간의 생활방식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유희는 그 자체로 절대가치를 인식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절대가치를 이룰 수도 있다.


여자는 다른 동물들처럼 임신이 가능한 기간에만 성교를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임신이 불가능한 생리기간에 성적 쾌감을 더 느끼는 경우도 있다. 여자의 성감대는 남자에 비하여 온 몸에 존재한다. 털 없는 인간은 남녀의 의식이 합의를 이루면 온 몸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배란이 끝나 나이가 들어도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나눈다.


여자는 심지어 한 남성의 성적 능력에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적응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여자의 존재 방식이었다. 일부일처제는 남성중심의 인간 사회가 만든 사회적 합의다. 그 사회적 합의는 인간의 모순과 물리적 한계가 내재되어 있다. 형상화한 물체의 한계성이다. 인류는 집단생활과 채집생활을 하는 생존 과정에서 여성은 번식과 양육을 책임지었을 것이다. 집단생활을 유지하고 다른 위협으로부터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의 공유는 인류학자의 일반적 견해이고, 여성은 자신이 필요한 남성, 자신과 자식을 보호해줄 남성에 대한 필요에 의하여 성적 적응을 이룬 것이다. 여성은 하루 밤에도 여러 명의 상대를 희망할 수 있다. 질과 음순에 상처에 의한 고통만 없다면 여자의 성적 메카니즘은 계속적인 요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성은 상대 남성의 능력에 대비하여 본능적으로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여성은 성적 희열을 경험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다. 오히려 자연분만을 통하여 극도의 오르가즘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반복되어 점층적으로 오르가즘의 상승을 경험하는 멀티오르가즘을 경험하는 경우는 통계상 100만 분지 1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는 놀라운 사실이다. 현대 대부분의 국가가 모계사회의 흔적을 제도 속에 가지고 있다. 부부가 이혼하면 친권은 대부분 여성에게 있으며, 남성은 재산의 일부와 자식에 대한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지금도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한 사회는 대외적으로 외삼촌의 권한이 크게 작용한다.


'남녀의 성적 만남은 특별한 대화다'

'그러한 대화를 통하여 남녀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 순간에는 이러한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의 과거가 어떠하든 나는 그 순간의 의미를 담아 순결함을 그녀에게 줄 것이고, 나의 의미는 그녀와의 특별한 대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창녀와의 첫경험은 내게 있어 중요한 하나의 짐을 내려놓는 의식이었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걸음이었다.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은 나를 죽음에서 세상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녀와의 날카로운 첫키스는 분명 창녀와의 첫경험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창녀의 작은 감사인사에 지금도 감사한다.


제주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것을 담아 나의 비망록은 200페이지 정도의 책이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결심을 말한 지 4개월 정도가 지났다. 나는 그녀와 다시 만나기로 한다. 내 욕심에서가 아니라 그녀는 이러한 나의 사랑을 정확히 알고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죽을 수밖에 없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살아 있다는 것. 나의 사랑이 나의 욕심에 불과 하더라도 사랑이란 진실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 이제 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다는 것.


"오빠가 만약 죽었으면 나 역시 살 수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네가 현실적인 선택을 하였다고 하지만, 나는 이제 처음으로 너에게 말한다.

나는 부유한 아버지를 가지고 있고, 너를 다시 만난 순간부터 현실적인 기반을 갖기 위해 사업을 오랫동안 계획하고 이제 사업을 시작할 것이고, 네가 말하는 현실이란 것도 갖출 수 있다."

"나는 그 동안 내게 보여준 너의 사랑과 말에 책임을 요구하고 싶다."

"나는 내가 네게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부족함이 없는 남자인 것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 당장 너와 결혼할 수도 있다."

"우리 더 이상의 거짓은 말하지 말자."

"다시 생각해주어야 한다. 나는 너의 선택에 온전히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비망록을 주었다.


"한 번 읽어봐!" "예전처럼 불태워 버리지 말고"

"다음 그 다음 주에 이 시간 여기서 보자."


다시 설악산을 향했다. 산을 좋아하는 형님이 나에 대한 마음을 알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거기에는 기다림도 없었다. 보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다. 그녀의 판정을 기다리는 피고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나는 모든 것을 던져 놓았다. 마등령을 오르다가 바닥난 체력이 결국 사고를 쳤다. 생각해보면 심장마비 직전까지 몰렸던 것 같다. 하늘이 노래지며 숨을 쉴 수가 없는 경험이었었다. 쉬지 않고 이를 악물어 덤빈 가파른 산행이 결국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간 것이다. 노련한 형님은 비상약으로 준비해온 청심환을 물에 개어 혀 밑에 넣어 주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숨이 편해졌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니 다시 시작한 산행은 능숙한 형님을 따라붙을 수 있었다. 지난 7년 동안 극도로 바닥났던 체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초중고 내내 육상선수였던 나의 타고난 하체근력이 되살아나는 생명력도 느꼈다. 마등령을 넘어 비박을 하고 대청봉에 올랐다. 험난한 공룡능선을 넘어 발아래 펼쳐지는 자연의 위대함을 만끽하는 여유도 부렸다. 멀리 남다르게 다가오는 동해의 푸른 바다도 보인다. 대청봉 정상에 서니 운해가 발아래를 두르고 있었다. 형님은 자주 볼 수 없는 광경이라 한다. 설악이 나를 반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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