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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Jul 22. 2024

확연히 다른 데 같다고 착각한 '회화나무'와 '염주나무

식물의 재발견

공원을 걷다 새로운 나무들을 발견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산딸나무 이름을 떠올리려고 하면 층층나무가 생각주머니 제일 앞에 서서 '층층나무~ 층층나무~'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래도 여러 번 틀리다 보니 이젠 층층나무 바로 뒤에 산딸나무가 서서 '이번엔 틀리지 좀 마세요.'라고 말해 줍니다.


공원에 회화나무가 그렇게 여러 그루인지 몰랐습니다. 사실 회화나무 자체를 잘 몰랐는데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식물도감을 들여다보고 식물관찰앱에 묻다 보니 회화나무 노란 꽃이 피면 여름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올해 회화나무와 염주나무를 헷갈렸답니다. 회화나무꽃이 핀 걸 보고 염주나무(모감주나무) 꽃이 핀 줄 알았습니다.


같이 놓고 보면 회화나무꽃과 염주나무꽃은 확연히 다릅니다. 같은 노란 계열인 건 맞지만 회화나무는 단색의 원피스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 같고, 염주나무꽃은 여름해변에서 화사한 꽃무늬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로 보입니다.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말입니다.


회화나무꽃 (직찍~) 24.07.22

모감주나무꽃 (염주나무꽃) 22.06.20 (직찍)


열매도 다릅니다. 회화나무는 콩과식물이라 꼬투리처럼 생긴 껍질 속에 열매가 들었는데, 염주나무는 꽈리모양의 껍질 속에 열매가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바람에 떨어진 염주나무(모감주나무) 열매를 찍어 보았습니다. 파랗던 열매는 가을이 되면서 까맣게 익어갑니다. 그걸로 작은 염주를 만들기도 해서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답니다.


잎 모양도 다릅니다. 회화나무잎은 잎줄기를 따라 잎이 마주 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감주나무의 잎도 잎줄기를 따라 마주 보기를 하고 있는 데 잎 가장자리가 톱니바퀴모양입니다. 잎을 보고 구분하면 앞으론 회화나무 보고 '모감주나무, 안녕?' 하고 인사하진 않겠지요.;;


회화나무잎 - 아까시나뭇잎처럼 잎줄기를 따라 잎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가끔 수업을 가서 이름을 잘못 부를 때가 있습니다. 그럼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그래서 요즘은 미리 책상 배치도를 그리고 이름을 적어둡니다.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는 것. 사람이든 식물이든 관계의 시작입니다. 이름을 부르는 게 설렐 수도 있다는 건 오늘 알고리즘에 떠서 잠깐 본 드라마 '연인'의 장현의 말이었습니다. '길채야' '유길채~'하고 부르는 데 제가 다 설레더군요.


내일 아침 공원 걷기에서는 제대로 된 이름으로 아침인사를 해야겠습니다.

'회화나무 안녕?'

'모감주나무 안녕?'

회화나무 수피

모감주나무 수피

'모감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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