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Sep 19. 2022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
한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영화 <케빈에 대하여> 리뷰


자유로웠던 생활 속에 갑작스레 닥쳐온 의무와 책임은 불행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웃음이 가득했던 표정은 무미건조함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혼란 속에서도 당연한 사랑은 존재할까. 어떤 사랑은 보편적인 상황에서 바라봤을 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은 모성애와 결핍이 마찰하며 일으키는 충돌을 보여주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



붉은 색으로 물든 불안과 소외


대비되는 붉은 색으로 가득한 주변, 겹치는 모습과 누군가 소외된 채로 웃음으로 가득한 집이 비친다. 계속해서 비춰주는 빨간 빛, 과거와의 연결 고리가 조금씩 좁혀진다. 뜨겁게 피어오르는 사랑과 한순간의 실수로 벌어진 결실, 그리고 불행의 서막을 번갈아 가며 보인다. 에바를 비추는 거울에 케빈이 있듯 오직 그를 남긴 채 모든 것이 사라졌다. 오직 그들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는 붉은 색으로 가득한 주변과 케빈의 소외된 모습을 대비하여 불안감을 조성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붉은 빛은 에바의 후회와 죄책감을 강조하며, 뜨겁게 피어오른 사랑과 실수로 시작된 불행의 서막을 보여준다. 에바를 비추는 거울에 케빈만이 존재하는 모습은 그의 존재가 에바의 삶을 완전히 뒤덮었음을 상징한다.



괴로움과 후회 속에서 피어나는 모성애


한순간에 피어오른 뜨거운 사랑으로 인한 계획되지 않은 임신과 고통스러운 출산이 이어지며 괴로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에바는 육아와 집안일 그리고 일을 동시에 하게 되며 그 감정은 극대화 된다. 모두 그가 한 선택이지만 괴로운 것도 사실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 앞에서 "난 네가 태어나기 전에 더 행복했어"와 같은 말을 하며 후회 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반면 사회에서 바라보는 모성애를 주입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툭하고 나오지 않은 사랑의 힘은 노력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사랑하지 않는 친절함은 독이 되었고 사랑하던 모든 것들은 사라졌으니 "나는 너에게 묻고 싶단다. 왜, 대체 왜 그랬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어요." 이런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삐뚤어진 애정과 갈망


케빈과 에바의 마찰은 평범하지 않은 성장 과정에 의해 더욱 극대화 된다. 아버지와는 원만한 관게를 유지하면서도 에바와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미건조함이 가득한 가운데 케빈이 에바로부터 큰 애정을 느꼈던 순간이 찾아온다. 몸이 심하게 아파 간호를 받게된 케빈은 엄마의 품에 안겨 '로빈 후드'라는 책을 읽는다. 그 생각이 현재로 이어져 맞지 않는 어릴 때의 옷을 입고 활을 쏘는 취미를 가진다.



익숙함과 사랑의 경계선


삐뚤어진 애정은 잘못된 방식으로 더해져 멀면서도 가깝고 싶은 마음이 극대화 된다. 그 예민한 감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 몇년 전에 영화를 봤을 때는 망가져 가는 케빈의 모습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바라보니 부정적인 무언가를 해서라도 애정을 갈구하는 결핍된 모습이 보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에바도 케빈을 마주하며 케빈 자체의 모습과 자신을 바라보게 된 것 같기도 했다. 평범하지 않은 케빈에게도 거대한 애정이 쏟아졌다면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까?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거랑은 달라.
엄만 그냥 나에게 익숙한 거야.



지금도 문득 생각나는 영화.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익숙함과 사랑 사이의 간극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사랑과 증오, 익숙함과 소외, 그리고 죄책감과 후회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익숙함과 사랑의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에바와 케빈의 이야기는 불편하고 충격적이지만, 우리에게 사랑과 삶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특히 내면적인 갈등과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틸다 스윈튼의 뛰어난 연기는 에바의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전 19화 최선이었지만 더 나빠지는 순간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