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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l 01. 2022

아픔에서 치유로
한 발짝 나아간다.

영화 <한공주> 리뷰


이토록 아픈 기억으로 가득한 영화가 또 있을까. 영화 ‘한공주’는 아프고 불편하지만 외면해왔고 또 바뀌지 않는 사회의 민낯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던 2014년의 영화다. 오히려 피해를 본 사람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위해 끊임없이 옮겨 다녀야 하는 현실을 관통한다. 영화의 불편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공주가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에도 이루어지는 감정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이루고 있는 모든 이들에 의해서 더욱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조용히 머릿속으로 음계를 그리면 눈앞에 모든 게 순간 음표로 바뀌어. 그리고 노래가 시작돼. 숨소리 발자국 소리 바람소리, 철 긁는 소음까지도 괜찮다 괜찮다고 하면서 그땐 외로움도 슬픔도 두려움도 잠시 잊어.”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공주의 마음을 드러낸다. 사실 공주는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아니라 소음으로 인해 소리가 묻힌 것뿐인데도, 방관자에 의해 끊임없이 무음으로 살아야만 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는 현실이 사건 이후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과 불안함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귀를 막아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보이고 목소리를 높여도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인해.     



영화의 사실만을 전달하면서도 공주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는 아픔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나아가야 하지만 나아갈 수 없는 현실 앞에 놓여있는 공주는 끊임없이 어른들이 두껍게 쌓아 올린 현실의 벽에 막힌다. 그런데도 공주는 끊임없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지점에서 공주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음악’과 ‘수영’이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세상의 소음과 나아갈 힘을 쥐여줄 수 있는 두 가지를 통해서 공주의 아픔보다는 공주의 의지를 보여주지만 속절없는 실패로 인해 외면해온 이야기들이 외면당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물속에서 부유한 순간에서 직접 헤엄치고 나아갈 힘을 만들어 내는 공주의 모습을 감히 응원하고 싶어 진다.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내가 이렇게 큰상을 받다니. 우선 이수진 감독님을 비롯해 배우와 제작진, 관객 한 분 한분 감사하다. 나에게 이 상을 주신 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알겠다. 앞으로도 배우를 하면서 정말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배우 하겠다”

청룡영화상 – 여우주연상 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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