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프렌티스> 리뷰
미국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영화가 개봉했다. 2024년 10월 23일에 개봉한 알리 압바시 감독의 <어프렌티스>는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이다.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그 영화이다. 10월 14일 도널드 트럼프가 이 영화를 두고 "나에 대한 완전한 가짜이자 저질스러운 영화. 이 영화가 폭삭 망하길 바란다. 2024년 대선 직전에 나온 싸구려 중상모략이며,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 운동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헐뜯어 상처 내려는 의도다."라고 하며 영화 <어프렌티스>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저격글은 오히려 <어프렌티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관객들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트럼프표 '마케팅'이 되어버렸다.
그는 어떻게 미국 정치계의 거물이 되었을까.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는 뉴욕 부동산 업자의 아들이다. 아버지 밑에서 일하며 건물의 임대료를 받으러 다니면서도 한쪽 구석에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악마의 변호사인 로이 콘을 만나기 위해 '르 클럽'이라는 호화 사교클럽에 가입하고, 로이 콘의 수습생(Apprentice)이 된다. 로이 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법을 전수하고, 트럼프는 그것을 흡수하여 조금씩 성장해 간다.
<어프렌티스>는 뉴욕 부동산 업자의 아들에서 세계 최고의 부동산 재벌, 그리고 대통령으로 당선까지 되었던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지금의 트럼프로 만들어낸 로이 콘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중요한 가치를 잃어가는 권력이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다.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가 비백인, 진보주의자, 가난한 사람에 대한 '혐오'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 방법이 통함에 따라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 천박하면서도 어리숙했던 트럼프는 로이 콘이 가르친 "공격하라"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 "모든 것을 부인하라"라는 이 세 가지 법칙으로 가치관을 확립한다. 그렇게 오로지 성공에 전념했던 그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유명인사가 된다. 그리고 그 원칙에 따라 말년의 비참한 신세를 면하지 못한 로이 콘을 외면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여전히 위대한 미국을 부흥 시키기 위해 '혐오'를 이용한 정치를 '현재까지도' 이어나가고 있다.
어프렌티스는 알리 압바시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 중심의 영화들에서 벗어나, 이 영화는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가 왜 이 영화에 대해 불만을 표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캐릭터 묘사는 직설적이다. 다큐멘터리적인 터치로 인해 사실감이 돋보이지만, 전체적인 전개가 건조하고 흥미를 끌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트럼프와 로이 콘의 만남은 기대만큼의 흥미를 끌지 못하며, 영화의 흐름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세바스찬 스탠과 제레미 스트롱의 연기력은 눈에 띄는 부분으로, 그들의 뛰어난 싱크로율은 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트럼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으며, 대선과 같은 시점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